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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초대형 합병 준비덜된 짝짓기 곳곳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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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 1,2위 석유회사인 엑슨과 모빌이 1일 합병을 공식 발표하는 등 세계는 지금 합병 시즌이다. 벤츠와 크라이슬러, 도이체방크와 뱅커스 트러스트, 훽스트와 론플랑 등 업계 톱 랭킹 기업들이 합치기에 바쁘다

합병은 과연 능사인가. 지난 4월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초대형 케이스중 몇 개를 살펴 보면 삐걱대는 소리도 들린다.

◇ 시티그룹 = 지난 4월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간의 합병으로 탄생한 시티그룹은 지난달 트래블러스측 좌장(座長) 이던 제이미 다이먼 사장이 해임되면서 마찰음이 나기 시작했다.

해임의 표면 이유는 경영실적 부진이지만 다이먼이 존 리드 공동회장 (전 시티코프 회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려났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양측은 시티코프가 절대적 우위에 있는 소매금융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을 앞세운 '금융 귀족' 시티코프와 공격적 경영으로 급성장한 트래블러스그룹간의 기업문화 차이가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합병 발표 당시 10여분 만에 이견을 해소하고 합병에 도달했다고 자랑했지만 업무분담에 대한 준비가 미진했던 탓이다. 3분기 순익(2억달러)이 2분기의 17%에 불과한 것도 이런 갈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뱅크 아메리카 = 미 동남부의 네이션스 뱅크(NB)와 서부의 뱅크 아메리카 (BA)가 합병해 다시 탄생한 뱅크 아메리카도 지난달 20일 데이비드 쿨터 사장 (전 BA 회장)이 헤지펀드 D.E.쇼에 대한 과다 대출을 책임지고 회사를 떠나면서 내분을 겪고 있다.

쿨터 사장은 휴 매콜 회장 (전 NB회장)에 이어 2000년부터 회장을 맡기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합병후 서부지역 금융책임자에 NB측 인사를 기용하는 등 주요 보직을 NB측이 독식하고 있다고 불평해온 BA출신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회장의 애칭을 스스럼없이 부를 만큼 자유로운 서부의 근무환경에 길들여진 BA측 직원들과 해병대 출신 매콜의 군대식 문화에 익숙한 NB쪽 직원들간에 갈등이 한집 살림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병발표후 1백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최근에는 6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 다임러 크라이슬러 = 반면에 독일 다임러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의 경우는 '준비된 합병' 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벤츠출신의 위르겐 슈렘프 공동회장은 합병전에 전담팀을 구성, 기존의 50대 합병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크라이슬러를 파트너로 택한 것은 유럽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해 영업지역 중복을 피하기 위한 속셈이었다.

독일식 경영감독위원회를 존속시키는 한편 미 자동차 노조 소속의 크라이슬러 노조가 경영감독위 참여권한이 있는 독일 노조에 중복 가입하는 것을 허용해 협력의 틀도 마련했다.

또 사내 경영대학원을 설립, 간부 전원을 재교육해 기업간 문화차를 줄인다는 복안을 세워 놓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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