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구 모집 기사 보고 제주서 농민된 박인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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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새 고향 새 일터에서 다시 시작하렵니다. "

77년 청소년축구국가대표, 고려대 졸업, 은행직원, 토건업체 공동대표. 제주 농촌마을에 사는 박인규 (朴仁圭.40) 씨의 이력은 여느 농민과 다르다.

충남 예산이 고향이지만 어린시절 경기 안양으로 이사, 도회지생활로 잔뼈가 굵은 것만 봐도 그렇다.

朴씨는 지난 10월15일 '제주도북제주군한경면청수리1583의1' 이라는 새 주소를 얻었다.

한경면 저지.청수리지역 주민들이 '저청중학교살리기' 를 위해 새로 받아들인 신참농민가족의 일원이 됐기 때문이다.

朴씨는 지난 9월 신문에서 귀농인구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아내 유영실 (柳榮實.40) 씨와 함께 곧장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97년 거금 1억여원을 투자해 시작한 토건업이 부도나 1년 가까이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때였다.

"도시사람이 시골생활을 잘 할 수 있겠느냐" 는 걱정섞인 질문으로 인사를 대신하던 마을어른들은 朴씨의 성실함과 아내 柳씨의 환한 미소에 한마을 사람이 되는 것을 선뜻 허락했다.

朴씨가족은 지난 10월 마을 주민들이 마련해준 빈집으로 이사, 망치를 들고 수리에 나서 새 보금자리를 꾸몄다.

아내 柳씨는 감귤농장에서의 열매따기.선과장 일은 물론 취로사업에까지 나섰으며 朴씨도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하우스짓기.빈집수리 일을 따라 다녔다.

손이 부르트고 피멍도 들었지만 이제는 동네청년 4~5명과 한 팀을 이뤄 일이 몸에 뱄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 이제 곧 중학교에 진학할 종길 (12).종도 (11) 두아들도 잘 적응하고 있다.

朴씨 부부는 "여느 곳과 다른 제주사람들의 인심 덕택에 새 희망을 찾았다" 며 "농촌일꾼으로 보란듯이 재기, 그 고마움에 보답하겠다" 고 말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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