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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23. "저항 줄여라" 끝없는 수영복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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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니폼의 변천사를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는 종목은 수영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수영복은 기록 단축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본격 등장한 전신수영복은 노출 정도로 봐선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복고풍. 하지만 수영의 금메달 33개 가운데 25개를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휩쓸면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비늘에 미세 돌기가 나 있는 상어의 피부처럼 표면을 처리해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인 게 그 비결이었다.

▶ 1908년 런던올림픽 당시 헨리 테일러(영국)의 수영복(左)과 지난달 호주 그랑프리 수영대회 때 이언 소프(호주)의 수영복. [중앙포토]

이번 올림픽에서는 라이벌인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19)와 호주의 이언 소프(21)가 각각 아디다스와 스피도에서 만든 최신형 전신수영복을 입고 나와 경쟁할 예정이다. 소프는 새 수영복을 입고 헤엄을 친 뒤 "물을 가르며 나아갈 때 마치 첨단 기술장비를 몸에 장착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 수영대표팀의 수영복은 아레나사가 제공한 전신수영복 '에이블루'다. 물총새가 먹이를 잡을 때 불규칙한 깃털 표면이 물의 저항력을 줄인다는 원리에 입각해 만든 제품. 물의 흡수력을 25% 정도 줄여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1908년 런던대회 때 남자 수영선수들은 아래 위가 붙기는 했지만 헐렁한 전신수영복을 입었다. 12년 스톡홀름 대회에 첫 참가한 여자선수들도 얼굴과 손.발만 내놓은 전신수영복을 입었다. 그땐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출을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

몸에 밀착된 수영복은 20년대에 처음 나왔다. 이후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수영복의 면적은 계속 줄어들었다. 남자수영복은 반바지로, 사각팬티로, 삼각팬티로 진화했다. 삭발을 해 머리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선수도 여럿 있었다. 여자 수영복도 점점 얇아졌고, 어느 순간 가슴 캡마저 사라졌다.

한편 46년 파리패션쇼에서 첫선을 보인 비키니 수영복은 일반인에게는 인기를 끌었으나 수영선수들에겐 외면을 당했다. 기록단축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판명됐기 때문이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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