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뱅커스트러스트 공식인수 세계최대銀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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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독일 최대인 도이체방크는 미국 뱅커스 트러스트은행을 약 1백억달러 (주당 93달러)에 인수한다고 30일 공식 발표했다.

지난 4월 도이체방크의 롤프 브로이어 회장(61)은 해외에 나가 있는 간부 3백명을 뮌헨으로 소환, "치열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이체방크가 앞으로 진정한 글로벌 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 고 역설했다.

30일의 공식 인수발표는 브로이어회장의 이러한 변신 전략의 구체적인 첫 산물이다.

현재 도이체방크는 자산규모 6천7백40억달러로 독일 최대이며, 뱅커스 트러스트는 1천5백60억달러로 미국 8위다.

이번 인수로 도이체방크는 자산이 8천3백억달러에 달해 스위스의 UBS (7천8백90억달러). 트래블러스와 합병한 미국의 시티그룹(7천5백1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은행으로 부상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도이체방크는 미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그동안 취약했던 기업 인수.합병 (M&A)을 비롯한 투자금융 분야도 강화하게 됐다.

97년 5월 도이체 방크 회장에 오른 브로이어 회장은 취임이래 꾸준히 세계 금융의 본산 월스트리트 진출을 강조하면서 미 투자은행 JP모건과 리먼 브러더스의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지난 56년 도이체방크에 수습 사원으로 입사, 85년 임원에 오르며 평생 한 직장에서 잔뼈가 굵은 브로이어는 독일 증시 현대화 계획과 최근 유럽 단일증시 설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 런던 증시 통합작업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 '미스터 금융시장'으로 불리는 독일의 대표적 금융인이다.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이탈리아등 유럽 전역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도이체 방크는 유럽 금융권의 선두주자다. 그러나 최근 골드만 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의 유럽 진출로 위기감을 느껴왔다.

더욱이 독일의 간판 기업인 다임러 벤츠의 지분을 22%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인수협상 주도권을 미국의 골드먼 삭스에게 빼앗기면서 위기감은 고조됐다.

국제금융분야에서 도이체 방크가 아직 미국 은행보다 한 수 아래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킨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계 은행들은 '국가'에 대한 고려없이 '최적의 사업'을 선택하지만 도이체방크 등 유럽은행은 '국가적 이익'을 염두에 둘 뿐 아니라 관료적이어서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뱅커스 트러스트를 인수를 통해 도이체 방크가 하루 아침에 유럽적 관행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럽 은행의 자존심을 걸고 미국 은행들과 겨뤄나갈 것을 천명한 브로이어 회장의 행보에 세계 금융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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