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청장 사업비 확보위해 돈타내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한푼이 아쉬운 판에 찬밥 더운밥 가리게 됐습니까. "

대구시 구청장들이 부족한 사업비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돈 타내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에서 지원해 주는 조정교부금이나 각종 보조금만으론 시급한 사업을 다 할 수 없어서다.

구청장들이 노리는 (?) 돈은 행정자치부 장관의 재량사업비인 특별교부세. 정부.대구시의 각종 사업비 지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웃돈' 이어서 확보만 되면 새 사업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임대윤 (林大潤) 대구 동구청장은 지난 25일 행정자치부를 방문했다.

특별교부세 지원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林구청장은 김정길 행자부 장관을 만나 방촌동 배수펌프장건설비 3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林구청장은 "지난번 태풍 '얘니' 때 금호강물의 역류를 막기 위해 수문을 닫는 바람에 동구방촌동 주민들이 큰 침수피해를 입었다" 며 "물을 퍼내기 위한 배수펌프장을 만드는 일이 시급해 지원을 부탁했다" 고 말했다.

그는 "장관과 관계 공무원을 만나 10억~15억원의 지원을 약속 받았다" 고 말했다.

이의상 (李義相) 서구청장도 지난달 중순께 행정자치부를 방문, 간부들을 상대로 20억~3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매달렸다.

도로가 없거나 좁은 비산동.내당동의 소방도로 건설.확장이 시급해서였다.

李구청장은 "얼마를 도와줄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 일도 못 할 형편이어서 행자부를 찾았다" 고 말했다.

그는 "이 돈의 지원여부가 불투명해 서구 출신의 한나라당 강재섭.백승홍 의원을 통해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재용 (李在庸) 남구청장은 지난달초 행자부를 찾아가 이천동.대명동의 주거지역 소방도로 건설사업비로 18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대구시 김수열 (金守烈) 예산담당관은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구청들이 특별교부세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며 "구청들이 이를 따낼 경우 시의 부담도 줄어 바람직한 현상" 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