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프로농구 감독들의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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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프로농구 SK구단의 안준호.최철권 코칭스태프가 26일 전격 해임된데 대해 프로팀 감독들은 한결같이 "충격적이고 우려스럽다" 는 반응을 보였다.

시즌이 시작된 지 불과 6경기만에 "서장훈과 현주엽을 보유하고도 경기내용이 좋지 않다" 는 이유로 감독.코치를 갈아치운 것은 당사자들에게 싸워볼 기회도 주지 않고 불명예를 안겨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 감독은 "경기내용 운운하는데 도대체 기업인들이 농구에 대해 얼마나 안다는 얘기냐" 며 "돈줄을 쥐고 있는 기업의 횡포" 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장훈과 현주엽은 단 2경기를 뛰었고 SK는 여기서 1승1패를 했다" 는 지적이다.

다른 감독은 "SK의 부진은 외국인 선수 선발과정에서 1순위로 토니 러틀랜드를 지명한 데서 시작됐다" 면서 "당시 현장에서 선발작업을 진두지휘한 단장은 건재하고 코칭스태프만 희생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꼬집었다.

그는 또 "SK의 전신인 진로에서 안준호 감독을 선임해 놓아 평소 탐탁찮게 여기던 SK가 서장훈.현주엽이 대표팀에 나가 있는 지금을 해임의 적기로 판단한 것 같다" 고 덧붙였다.

감독들이 SK의 코칭스태프 경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신들도 언제 안감독처럼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6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나산 황유하 감독의 푸념은 시사적이다.

황감독은 안감독이 나산에 패한 후 경질된 점을 들어 "하위팀에 졌다고 감독을 바꾸니 어디 겁나서 이길 수가 있느냐" 고 개탄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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