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상금왕 오초아 2007년 첫 400만 달러의 여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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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호 22면

LPGA투어는 정상급 여자프로들이 샷 대결을 펼치는 세계 최고의 투어다. LPGA투어에서 성공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 그런 만큼 전 세계 여자 프로골퍼들에게 LPGA투어는 마지막 종착역이다. LPGA투어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여성 프로 스포츠 단체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단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깬 사실상의 첫 사례가 LPGA투어였다. 다른 여성 스포츠단체들도 LPGA투어를 롤 모델로 삼고 앞다퉈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LPGA 머니 파워

1950년 14개 대회로 시작된 LPGA투어는 해마다 대회 수가 증가하면서 60년대에는 30개를 넘어섰다. 경제 호황을 누리던 96년부터 2000년에는 연간 대회 수가 40개를 넘기도 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과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성 골프 인구도 증가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을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LPGA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결국 LPGA투어는 최고의 투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59년간 1200배 성장
처음 LPGA투어는 총상금 규모가 5만 달러에 불과했다. 1952년 대회 수가 21개로 늘었지만 총상금 규모는 15만 달러에 불과했다. 72년까지 LPGA투어는 대회 수가 30개로 늘었지만 상금 규모는 98만 달러에 그쳤다. 73년 LPGA투어는 대회 수 36개에 총상금 규모 147만1000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76년(252만 달러) 상금 규모가 200만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86년에는 총상금 규모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96년 총상금 규모 2000만 달러를 넘어선 LPGA투어는 계속해서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2006년 4000만 달러에 이어 2008년에는 6000만 달러 시대가 도래했다. 50년과 비교하면 무려 120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그래픽1>

소렌스탐, 상금 200만 달러 첫 돌파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육상 부문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20세기 최고의 여성 스포츠 스타로 손꼽히는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는 21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자하리아스는 LPGA투어가 발족한 1950년에 14개 대회에 출전해 50%인 7승을 싹쓸이하며 상금왕에 올랐다. 일 년간 벌어들인 수입은 1만4800달러.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1830만원 정도지만 당시 미국 국민 1인당 소득이 9561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적은 편은 아니었다. 88승으로 LPGA투어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캐시 위트워스(미국)도 65년부터 73년까지 9년 동안 여덟 번 상금왕에 올랐지만 10만 달러를 넘지 못했다.

1976년 주디 랜킨(미국)은 시즌 상금 15만 달러로 상금왕에 오르며 처음으로 ‘1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79년 낸시 로페즈(미국)까지 10만 달러 시대가 지속되다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20만 달러 시대가 시작됐다. 총상금 규모가 1000만 달러를 돌파한 86년 이후부터는 상금왕도 40만 달러를 넘었다. 꿈의 시즌 상금 100만 달러 시대는 96년 ‘여자 백상어’ 카리 웹(호주)에 의해 탄생됐다. 카리 웹은 4승을 기록하며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2001년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8승을 챙기며 210만 달러를 벌어 사상 첫 2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소렌스탐은 2002년에는 11승을 달성하며 64년 미키 라이트(미국·11승) 이후 38년 만에 두 자릿수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상금 286만 달러로 300만 달러에 근접했다. 이후 소렌스탐은 2005년까지 매년 200만 달러 이상 수입을 올리며 상금왕을 차지했다. 상금 규모가 5000만 달러를 넘어선 2007년 ‘신 골프 여제’로 등극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8승에 머물렀지만 시즌 상금 436만 달러로 사상 첫 ‘400만 달러의 여인’이 됐다.

글로벌 경기 한파 딛고 재도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 곡선을 그리던 LPGA투어도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 한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해 대회 수 34개에 총상금 규모 6030만 달러(749억원)를 자랑하던 LPGA투어는 올 시즌 26개 대회로 줄어들면서 총상금 규모도 4670만 달러(580억원)로 축소됐다. <그래픽2>

LPGA투어는 주로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소비재<20A9>보험<20A9>은행<20A9>유통<20A9>식음료 회사들이 대회 스폰서를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계 금융 악화로 보험·은행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줄줄이 대회 포기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LPGA투어 캐럴린 비벤스 커미셔너는 대회 규모 축소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선수들의 사퇴 압력을 받은 끝에 임기 18개월을 남겨두고 지난달 사임했다. 해군 소장 출신으로 미국 적십자사와 걸스카우트를 이끌고 있는 마사 에번스가 커미셔너 대행을 맡았지만 좀처럼 투어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11일에는 오는 10월 중국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LPGA투어 차이나 대회가 추가로 취소됐다. 하지만 이는 LPGA투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 한파는 미국은 물론 일본<20A9>한국 여자골프투어도 얼려 버렸다.

JLPGA투어는 지난해 36개 대회에 총상금 규모 28억9300만 엔(372억원)으로 LPGA투어 다음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올해는 3개 대회가 사라졌고 총상금 규모도 27억8300만 엔(358억원)으로 1억 엔 정도가 감소했다. 경기 악화를 감안하면 JLPGA투어는 LPGA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KLPGA투어 역시 대회수가 25개에서 19개로, 총상금 규모도 87억원에서 72억원으로 15억원 정도 줄어들었다. <표1>
경기 침체로 올 시즌 전 세계 골프 투어가 위축됐지만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LPGA투어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LPGA투어도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PGA 총상금은 LPGA의 6배
전 세계 여자골프투어가 예전과 비교해 급성장했지만 여전히 남자 투어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난다. 올 시즌 총상금 규모만 놓고 보면 LPGA투어가 4670만 달러인 반면에 PGA투어는 2억8340만 달러로 6배 정도 많다. 일반 대회 상금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LPGA투어 평균 상금이 180만 달러인 반면에 PGA투어는 600만 달러에 달한다. <표2>
LPGA투어 우승 상금과 남자 대회 ‘톱10’ 상금과 맞먹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도 남자 대회 수가 8개 적지만 총상금 규모는 34억6000만 엔으로 JLPGA투어보다 6억7700만 엔 더 많다. 한국도 KLPGA투어에 비해 KPGA가 대회 수는 2개 적지만 상금은 35억원 더 많다.

'보험'으로 떠오르는 일본 LPGA
경제 위기로 LPGA투어가 위축되자 선수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경기 침체 장기화를 우려해 JLPGA투어 병행을 준비하고 있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일본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응이 쉬운 편이다. 문화적 이질감도 덜하고 한국에서 가까운 이점도 있다. 지은희와 최나연,박인비,김영 등이 내년부터 일본 투어 병행을 고려하고 있다. 신지애는 이미 지난 4월 세 차례 일본 대회에 출전하는 등 LPGA투어와 JLPGA투어 활동을 겸하고 있다. 내털리 걸비스와 폴라 크리머(이상 미국)도 JLPGA투어 병행을 타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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