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 다시 번진다…아시아 중심 한해 8백만명 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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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라지는 병' 으로 여겼던 폐결핵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 는 2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 폐결핵전문가회의에서 "전세계적으로 1초에 1명꼴로 폐결핵 환자가 발생, 폐결핵이 말라리아나 에이즈보다 치명적인 질병으로 부상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020년에는 전세계 인구중 10억명이 감염 (보균자 포함)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또 현재 지구상에서 매년 8백만명의 폐결핵 환자가 발생해 이중 3백만명이 숨지는 추세며 2005년에는 환자가 9백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WHO가 분석한 환자 분포는 유럽 25만명.동남아시아 3백만명.아프리카 2백만명으로 특히 아시아에서 폐결핵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아시아 국가들에서 공공의료 시스템이 붕괴해 폐결핵이 급속히 확산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중국.방글라데시에서는 폐결핵의 확산이 위험수준에 달했으며 네팔의 경우 매년 수만여명이 폐결핵으로 사망, 당국이 '폐결핵과의 전쟁' 까지 선포했다.

아시아 지역의 급속한 에이즈 확산도 폐결핵 창궐을 부추기고 있다.

WHO에 따르면 에이즈바이러스 (HIV) 보유환자는 면역기능이 급속히 약화돼

일반인보다 1백배나 폐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환자들이 항생제를 남용하고 치료약을 충분한 기간동안 투약하지 않는 탓에 기존 치료약에 내성을 가진 신종 폐결핵 바이러스가 발생, 급속히 퍼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5천만명 이상이 신종 폐결핵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폐결핵은 특히 여성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올해에만 1백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15~44세까지의 임신가능 연령 여성들이 폐결핵에 감염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도 폐결핵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만9천여명의 폐결핵 환자가 발생했으며 일본도 지난해 결핵환자수가 4만여명에 이르는 등 지난 60년 이후 38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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