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첼리스트 대니얼 리 링컨센터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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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21일 오후8시 (현지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 첼리스트 장한나 (16) 양에 이어 로스트로포비치가 발굴해낸 한국계 첼리스트 대니얼 리 (한국명 이상화.18) 의 뉴욕 데뷔공연이 열렸다.

대니얼은 이날 공연에서 게라드 슈와르츠 지휘의 뉴욕체임버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 제1번' 을 연주해 청중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작품은 모스크바음악원 교수로 있으면서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작곡 전공을 권유했던 쇼스타코비치가 훗날 제자에게 헌정한 명곡. 59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후 이듬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작곡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로스트로포비치가 미국 초연한 작품이다.

시애틀에서 한국식당을 경영하는 이성영 (50).이경숙 (48) 씨 부부의 외아들로 태어난 대니얼 리는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이듬해 첼로로 전공을 바꾸었다.

90년 시애틀 영 아티스트 페스티벌 콩쿠르 우승 한 1년 뒤에 슈와르츠 지휘의 시애틀심포니와 협연했다.

당시 슈와르츠는 대니얼을 가리켜 '음악의 신동' 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군의 연주를 접한 로스트로포비치는 이군을 커티스음대에 진학시켰고 틈날 때마다 워싱턴 자택으로 불러 직접 지도해왔다.

또 94년에는 클리블랜드심포니.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주선하기도 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당시 대니얼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 "제가 제자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대니얼은 예외입니다.

그만큼 제가 대니얼의 재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로스트로포비치는 연간 연주회수를 5회로 제한하면서 신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매니지먼트사들의 공세를 막아주었다. 95년 9월 런던의 위그모어홀에서 열린 이군의 독주회에 참석해 감명을 받은 음반사 데카의 관계자가 당시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있던 리카르도 샤이에게 연락, 함께 이군의 집을 방문했다.

샤이 일행 앞에서 이군은 바흐의 '무반주모음곡 제4번' , 라흐마니노프­브리튼의 '소나타' 등을 2시간 동안 연주해 보였다.

데카측은 즉석에서 5년 전속계약을 제의했다.

우선 처음 3년동안은 이군의 수업에 필요한 후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차세대 첼리스트를 붙잡아 두려는 '입도선매' 였던 셈이다.

이어 이군은 세계 굴지의 매니지먼트사인 컬럼비아 아티스트 (CAMI) 전속 아티스트가 됐다.

대니얼 리는 지난달 20일 시애틀 노드스트롬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시애틀 심포니 영 아티스트 리사이틀' 에 이어 오는 12월20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독주회를 가진다.

프로그램은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 김동진의 '진달래꽃' ,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등. 영국 웨일스 태생의 피아니스트 고든 백과의 듀오무대. 02 - 548 - 4480.

뉴욕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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