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천도'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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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독일의 '베를린 천도 (遷都)' 가 시작됐다.

지난 90년 독일통일 직후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변경한 지 8년 만에 본에 있던 대통령집무실이 21일 베를린으로 옮겨짐으로써 본격적인 '베를린 시대' 가 개막됐다.

로만 헤어초크 독일대통령이 업무를 보고 있는 대통령집무실은 이날 50년간의 '본 시대' 를 마감하고 동쪽으로 6백㎞ 떨어진 이곳으로 옮겨진 것. 1백50명의 직원들이 23일부터 공식업무를 시작하게 될 대통령집무실은 옛 서독지역이었던 브란덴부르크문 북서쪽에 자리 잡았다.

의회건물도 내년 10월 본에서 브란덴부르크문 서쪽 옛 독일제국의회 자리로 이사한다.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정부청사는 2000년말 옛 동베를린지역에 들어선다.

정부청사의 이전으로 완료될 수도 천도에 드는 비용은 무려 1백20억달러 (약 15조6천억원) 로 추산되고 있다.

앞으로 공사일정에 따라 수도이전 비용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베를린 천도는 당초 내년 5월 마무리될 계획이었으나 그동안 반대여론과 토지보상 문제 등에 부딪혀 지연돼 왔다.

일부에서는 나치본부가 있던 장소라며 반대했고, 건축비용 상승 등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AP통신 등 언론들은 21일 베를린 시대의 개막은 독일이 나치의 잘못된 역사로 점철된 과거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미래로 나가겠다는 전후 (戰後) 세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의지라고 보도했다.

유럽 최대이자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독일의 수도 이전은 단순한 행정부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슈뢰더 정부는 베를린을 명실상부한 유럽의 중심도시로 키우는 동시에 독일을 새로운 유럽의 정치중심 국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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