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짜리 영상에 유명 감독·배우가 뛰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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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열렸던 제6회 서울환경영화제 트레일러에 출연한 배우 문소리. [환경영화제 제공]


퀴즈 하나. 13일 개막한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상영되는 영화 제목은? 정답은 ‘제천영화제 트레일러’다. 영화제가 끝나는 18일까지 120회나 나간다. 트레일러란 영화제의 개성을 알리는 홍보 영상. 전체 상영작 앞에 예외없이 선보인다. ‘영화제의 얼굴’로 불린다. 주로 애니메이션, 이미지 위주였지만 최근 실사로 바뀌고 있다. 배우 심은경이 출연하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는 올해 제천영화제 경우처럼 유명 감독과 배우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스타를 잡아라=5월 열렸던 제6회 서울환경영화제는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과 가수 이상은, 배우 문소리·박진희가 각각 출연하는 캠페인성 트레일러 3편 ‘모두들 하고 있습니까?’를 선보였다. 절전, 손수건 쓰기, 자전거 타기 등 유명인 3명의 환경사랑을 담았다.

19~25일 열리는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2009’는 밴드 ‘언니네이발관’의 리더 이석원씨에게 트레일러 제작을 맡겼다. 영화 경험이 전혀 없었던 이씨는 영화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하루 만에 ‘첫 작품’을 완성했다. ‘CinDi 2009’ 김수정 사무국장은 “누구나 디지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영화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석원씨로 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트레일러는 2007년 ‘도살자’로 부천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김진원 감독이 맡았다. 호러 느낌이 강한 1분짜리 영상과 멜로 분위기가 흐르는 30초짜리 영상이 괴물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신인 배우 김신아가 출연했다. 영화제들이 앞다퉈 실사영화 트레일러를 만드는 데는 2006년 제천영화제가 김태용 감독, 2007년 민규동 감독을 잇따라 기용하면서부터다. 로봇이 피아노 소리에 깨어나는 내용의 올해 트레일러는 영화제 홈페이지에 오른 지 하루 만에 2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호응을 끌어냈다.

◆튀어야 산다=일종의 액세서리인 트레일러가 부각된 까닭은 영화제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열리는 영화제는 연 평균 40여 개. 한 달에 3개가 넘는 영화제가 열리는 셈이다. 제천영화제 명수미 홍보팀장은 “영화는 포스터에 배우 얼굴이 들어가면서 홍보 효과를 누리지만, 영화제는 그게 불가능하다. 트레일러는 유명 감독과 배우를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홍보 수단”이라고 말했다.

주 관객이 인터넷과 영상에 친숙한 세대라는 점도 한몫했다. 환경영화제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트레일러는 TV는 물론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최다은 인턴기자

◆트레일러=1∼2분짜리 영화 예고편을 뜻한다.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예고편을 틀어 ‘뒤를 쫓아간다’는 뜻인 ‘트레일러(trailer)’로 불렸다. 보통 영화 예고편이 주요 장면을 편집하는 반면 영화제 트레일러는 ‘단독 작품’으로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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