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띄엄띄엄 버스' 에 무더위 이중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 울산시 성남동 옛 코리아나호텔앞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 한번 타려고 30분이 넘도록 기다린게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는 낡은 찜통 버스가 와도 다음 차가 언제 올지 몰라 그럴 수도 없고…."

울산시 연암동 울산공항 인근에서 신정동 공업탑로터리에 있는 병원까지 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는 이모(28.간호사)씨는 "자가용을 구입할 형편이 못되는게 한스러울 뿐"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울산 시민들이 시내버스 때문에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시내버스가 501대로 적정 수준(572대.울산시가 운행 면허를 내준 수치)보다 12%나 부족하다. 그나마 12대는 이미 내구 연한(출고일로부터 9년)이 지난 노후 차량이고 상당수는 에어컨도 고장난 채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은 2개월이상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대우 등 시내버스 제조업체들이 "전국적으로 주문량이 밀려 울산시에서 필요한 차량을 모두 납품하는 것은 10월~11월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왜 버스가 부족하나=울산지역 시내버스 부족난이 생긴 것은 지난해 10월 경진여객이 노사분규 등으로 문을 닫으면서부터.

이 회사 버스 71대가 갑자기 운행을 중단,시민들의 불평이 빗발치자 울산시는 지난 4월 ㈜유진버스 설립 허가를 내줬다. 경진의 운전기사 123명과 운행면허를 모두 승계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경진의 차량 75대(예비차 4대 포함)는 체불임금 해소를 위해 이미 모두 동남아 지역으로 팔려나간 뒤였다.

유진은 부랴부랴 현대.대우 등 버스 제조사에 60대를 주문했고, 박맹우 울산시장도 "조기에 차량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하지만 한발 늦은 상태였다.서울시가 지난달 시작된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앞두고 4월초 국내 버스 제조업체들의 두달치 총생산량(약 1000대)에 육박하는 875대를 한꺼번에 주문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다른 도시 운송업체들도 올 한해 동안 교체할 차량에 대한 구입 주문을 대부분 지난 2~4월 해놨다. 지난달부터 대기오염 배출양을 30% 가량 줄인 비싼 차만 출고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진은 현재까지 차를 1대도 확보하지 못했다. 울산시내 다른 버스업체들이 노후차량 교체용으로 지난 4월 주문한 12대도 아직 납품받지 못해 차령이 만료된 차량들이 그대로 운행되고 있다.

언제 해결되나=이동철 유진버스 사장은 "생산업체들로부터 '8월에는 한대도 대줄 수 없으며 9월에 가서 10대,10월말까지 32대를 납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서면 통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진은 10월이 돼야 42대로 운행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운수사업법(8조)상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최소 40대를 확보한 업체여야 영업을 개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