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기습한파 격앙된 한나라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여야관계가 심상치 않다.

16일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총재회담 대화록 공개파문에 이어 17일엔 한나라당 김윤환 전 부총재에 대한 검찰의 수사 사실이 불거졌다.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간의 회담 이후 조성된 해빙무드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나라당은 아주 격앙된 분위기다.

우선 李총재가 趙대행에 대한 강한 노여움을 드러냈다.

李총재는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 직전 "趙대행이 '李총재가 사정 (司正) 과 관련, 金대통령에게 어느 한 정치인의 부탁성 얘기를 길게 했다' 며 비공개 대화를 왜곡발표한 것은 전국위원회를 앞둔 우리당의 갈등과 내분을 노린 정략적인 것" 이라며 "총재회담의 의미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 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비열한 짓" "못된 짓" 이란 거친 용어까지 동원했다.

金전부총재에 대한 검찰 수사사실은 한나라당을 더욱 흥분시켰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와중에 다시 金전부총재를 걸고 넘어지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며 "어제 趙대행의 발언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고 경계심을 높였다.

이날 오후 경남 삼천포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사천시장 보궐선거 정당연설회에서도 '살벌한'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李총재는 "여당은 야당의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허튼 짓을 해선 안될 것" 이라고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이밖에도 "이 정권이 한 일은 야당의원을 끌고가 국회의원을 개처럼 만든 것밖에 없다" (李富榮 의원) "김대중 대통령은 이 나라의 어른이 아니라 호남의 맹주가 아닌가 생각된다" (洪準杓 의원) 는 등 참석자들의 강성발언이 이어졌다.

여야가 합의한 '성숙한 정치' 는 아직 먼 듯싶다.

삼천포 =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