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런던서 800억원대 보석 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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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보석상 그래프에서 강탈당한 꽃 모양 다이아몬드 목걸이, 원형 다이아몬드 귀고리, 백금색 마르키스 다이아몬드 반지 및 45㎜ 크로노그래프 남성용 시계. [런던 AFP=연합뉴스]


영국에서 800억원대에 이르는 이 나라 사상 최대의 보석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현지시간)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권총으로 무장한 범인 두 명이 지난 6일 오후 4시 40분 런던 본드스트리트에 위치한 보석상 ‘그래프’를 습격, 귀고리·팔찌·목걸이·시계 등 4000만 파운드(814억여원)에 달하는 보석 43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는 영국에서 발생한 보석 강도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강탈된 보석 중에는 216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백금 귀고리, 179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 등이 포함돼 있다.

런던 경찰청이 이날 공개한 사건 현장 CCTV 화면 및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범인들은 정장 차림으로 가게에 들어선 뒤 여직원을 총으로 위협, 캐비닛을 열게 한 후 보석들을 싹쓸이해갔다. 가게를 나온 범인들은 여직원을 인질로 잡고 밖에 세워 둔 파란색 BMW 승용차까지 이동한 뒤 차에 올라탔다. 이들은 탑승 직전 한 차례 땅을 향해 경고 사격을 가했으며, 이후 인질을 풀어준 뒤 달아났다.

이들은 도주 도중 택시와 충돌, 붙잡힐 뻔했으나 땅을 향해 한 번 더 경고 사격을 한 뒤 곧바로 은색 벤츠 차량으로 바꿔 탔으며 이후에도 또 한 번 차를 갈아탄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들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듯 도주 직전 보석 꾸러미를 오토바이를 탄 공범에게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경찰청은 “범인들이 여러 대의 차량을 범행에 동원한 점 등으로 미뤄 이번 사건은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털린 보석상 그래프는 과거에도 여러 번 강도들의 표적이 됐다. 2003년에는 네보자 데닉이라는 발칸 반도 출신으로 이뤄진 갱단의 조직원이 침입, 2300만 파운드어치의 보석 등을 털어갔다. 그는 경찰에 붙잡혀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이외에 2007년에도 권총 강도 2명이 1000만 달러어치의 보석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큰 액수의 강도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1963년에는 200만 파운드를 강탈한 ‘대열차 강도’ 사건이, 2006년에는 한 보안회사에서 5300만 파운드의 현금이 털렸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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