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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최악 인권탄압국 미얀마, 국제사회 제재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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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며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가택연금 조치가 18개월 연장됐다. 가당치 않은 혐의를 뒤집어씌워 또다시 수치 여사의 자유를 박탈한 미얀마 군부독재 정권의 가혹한 인권 탄압을 강력히 규탄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얀마 군정의 비이성적 조치에 결연히 맞설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한다.

지난 20년 중 거의 14년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내온 수치 여사는 3차 가택연금 해제일을 불과 2주일 앞둔 5월 중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체포됐다. 호수를 헤엄쳐 그녀의 집에 잠입한 미국인 불청객에게 이틀 동안 숙식을 제공함으로써 국가보안법과 가택연금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제 재판부가 수치 여사에게 징역 3년과 강제노동형을 선고한 직후 미얀마 군정은 최고 실권자인 탄 슈웨 장군의 특별명령으로 18개월 가택연금으로 감형한다고 발표했다. 코미디에나 나올 법한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구실로 죄를 덮어씌운 것도 기가 막히지만 은전(恩典)을 베푸는 척하면서 가택연금을 연장한 교활한 술수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미얀마 군정의 의도는 뻔하다. 내년에 실시될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수치 여사의 손발을 계속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64세의 연약한 수치 여사가 그토록 겁난다는 것인지 미얀마 군부 지도자들이 딱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기야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된 상태에서 실시된 1990년 총선에서 그를 따르는 야당인 민족민주연합(NLD)이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던 점을 감안하면 겁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군부는 총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그것도 모자라 의석의 4분의 1을 무조건 군부 출신이 차지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고쳤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정이 이처럼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응이 실효성을 띠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미얀마에 대해 무기 금수(禁輸), 군부 지도자 해외재산 동결 및 비자 발급 제한, 투자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발동하고 있지만 북한식 고립주의를 지향하는 미얀마 군부에는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단합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것도 문제다. 내정간섭이란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바람에 유엔 안보리는 지금껏 규탄 결의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미얀마는 북한과 함께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2000여 명이 지금도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야말로 국제사회가 똘똘 뭉쳐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은 결코 한 국가의 내정 문제일 수 없음을 확실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