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잇단 항의에 중국 '꼼수'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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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중국 외교부가 5일 자체 홈페이지 내 한국 소개란에서 논란이 돼 온 고구려사 부분을 포함,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모든 역사기술을 통째로 삭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조치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원상복구하라"는 우리 정부의 줄기찬 요구에 최대 성의를 보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중국 측은 지난 2일 우리 정부에 이런 방침을 통보하면서 "한국 국민이 전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여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알려왔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하지만 '고구려사는 중국 역사'라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일체 변함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논란이 되는 부분을 없애기 위해 주변 전체를 도려내는 '미봉책'을 쓴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원상복구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중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흥분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시점에서 모든 역량을 모아 확실히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 중국 정부에 계속 휘둘릴 것"이라고 강공 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신봉길 외교부 공보관도 "지난 4일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고,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도 중국 외교부에 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신 공보관은 "아울러 중국의 지방당국 및 대학교재 등 출판물에 의한 고구려사 왜곡도 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기왕 고구려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한 이상 짚을 건 모두 짚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6일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제2차 고구려사 왜곡 실무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정부 관계자는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뿌리이자 민족 정체성과 관련돼 있어 양보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를 지켜본 뒤 2단계 대응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이날 북한의 현대사 이전 부분과 일본 고대사 중 임나일본설 부분도 함께 삭제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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