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찬호 여자만 보면 수줍음…TV프로마다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역시 박찬호였다.

그가 출연한 TV 프로마다 풍성한 화제를 남겼다.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방송사의 섭외 경쟁은 007작전을 무색하게 할 정도. 방송사의 경쟁에 피곤해진 박찬호는 아예 룰을 정해 버렸다.

스포츠 프로를 제외하고 각 방송사마다 1편의 프로에만 출연키로 한 것. KBS '서세원 쇼' .MBC '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이 그것이다.

이 프로들의 진행자들이 털어놓는 한결같은 놀라움은 '얼굴이 빨개지는' 박찬호다.

"결혼이야기는 물론이고 여자 MC가 질문만 해도 수줍음을 타요. " 프로를 맡았던 작가의 얘기다.

정도가 심하자 진행자들이 수시로 분장실을 찾아가 대기중인 박찬호를 진정시켜야 했다는 것. 가장 무서운게 뭐냐고 묻자 '홈런' 이 아니라 '매스컴' 이라고 대답. 수줍음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방송이 나가기도 한다는 게 이유다.

시청자들의 못마땅한 궁금증도 풀렸다.

바로 혀 꼬부라진 한국어 발음문제. '겉멋이 들었다' 는 지적부터 '김치를 못 먹어서' 라는 등 비난 섞인 추측이 난무했었다.

"마이너리그 시절, 감독이 뭐라고 지적해도 못 알아 들었어요. 영어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못 잘 정도였죠. 교포들 얘기론 10년쯤 지나면 한국어도 영어도 문제가 없대요. " 오해를 받기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한국에서처럼 경기후 선수들과 샤워를 하며 등에다 비누칠을 해줬죠. 그랬더니 다 도망가 버렸어요. "

등을 밀어주는 '미풍양속' 을 알리 없는 외국 선수들이 '동성연애자' 로 여겼다는 것.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녹화 중 사인 공세도 방청객이 아니라 제작진이 퍼부었다.

서세원마저 카메라를 잠시 돌리는 틈을 타 미리 준비한 야구공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을 정도.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