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고단수 전략'…경제 제재조치 해금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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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라크는 무력대결 위기로 치닫고 있는 걸프사태를 통해 유엔 경제제재 조치의 해제를 노리고 있다.

이라크는 91년 걸프전 직후 대량 살상무기가 완전히 해체될 때까지 외국투자와 석유수출을 금지당하는 패전의 대가를 8년째 치르고 있다.

주 수입원이던 석유수출이 차단됨에 따라 이라크는 식료품 가격 폭등과 이라크 디나르화 (貨) 폭락 등으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도시근로자의 평균월급인 5천디나르 (4달러) 로는 겨우 닭 두 마리를 살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96년말 국제사회의 인도적 요청으로 6개월마다 20억달러의 석유를 수출할 수 있게 되고 올 2월부터는 이 물량이 52억달러로 늘어났지만 경제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때 세계 3대 군사대국을 자랑하던 군사력 역시 경제제재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걸프전 당시 50만명이던 지상군은 37만5천명으로 줄었고 군사비 및 군사장비 부품부족 등으로 전투태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공군력도 과거의 절반 수준인 항공기 3백50대로 줄었고, 그나마 실전에 동원할 수 있는 것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동안 이라크는 무기사찰에 순순히 협조해왔고 생화학 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가 모두 파기된 만큼 이제는 제재를 풀어달라고 유엔에 줄기차게 요청해왔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권좌에 남아 있는 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 앞에서 번번이 묵살당했다.

경제악화가 체제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의 '축복' 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무력응징을 자초하는 '무기사찰 거부' 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후세인은 이번 사태를 서방 대 (對) 아랍권의 대결구도로 몰고가는 한편 석유에 군침을 흘리며 미국의 주도권에 반발하는 러시아.프랑스 등을 끌어들여 미국의 공습 명분을 좁히면서 제재 해제를 성취하겠다는 계획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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