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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폐 실험 또 실패…시티·체이스은행 중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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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시티은행과 체이스 맨해튼은행은 최근 비자, 마스터 카드사와 공동으로 맨해튼 북서부 지역에서 시행해왔던 전자화폐 통용실험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1년여동안 실험한 결과 전자화폐가 아직은 지폐와 동전을 대체할 수단이 못된다는 결론을 얻은 것. 시티은행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맨해튼 주민 9만6천여명에게 '스마트 카드' 를 발급해주고 지역내 상점 6백여곳을 가맹점으로 설정, 1년여동안 유통실험을 해왔다.

그러나 한햇동안의 거래규모는 1백만달러에 불과했다.

카드소지자 1명이 전자화폐로는 한달간 1달러도 사용하지 않은 셈이다.

카드발급자중 1만명은 한번도 써보지 않았으며,가맹점 탈퇴를 희망하는 상점은 전체의 3분의 2를 넘었다.

전자화폐 실험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현장, 지난해 영국의 스윈든,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도 있었으나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통용실험은 세계적 대도시의 중심 상권에서, 최대의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시티은행의 주디 다르는 스마트 카드가 아직 현금과 신용카드 사이의 '틈새시장' 을 찾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분석했다.

식료품점, 주유소 등 소액거래가 잦은 곳도 이미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받

아주고 있으며, 신문가판대나 햄버거집 등은 아직까지 현금거래를 고집하고 있다.

공중전화와 자판기, 자동세탁기 등을 사용하려면 동전이 필요하고, 팁을 주려 해도 소액권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잔돈없는 거래인 전자화폐의 사용을 내키지 않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은행권과 카드업계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체이스 맨해튼은 인터넷 상거래에도 사용할 수 있고, 일정금액 이상 물품구매시 보너스점수를 부여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스마트 카드를 마련, 내년에 시범사용할 예정이다.

시티은행도 미국이 아닌 멕시코, 홍콩 등지에서 또다른 실험을 한다는 계획이다.

◇ 전자화폐 = 스마트 카드로 일컬어지는 현금카드를 통한 결제수단을 말한다.

가맹점에서는 고객이 제시하는 현금카드를 금전출납기와 연결된 단말기에 집어넣어 잔액을 확인하고 결제버튼을 누르면 카드에서 자동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현금사용에 비해 분실.도난의 우려가 없으며, 신용카드와 같은 신용조회 절차가 필요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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