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말레이시아 APEC 정상회담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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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10차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담이 14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18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이번 회담의 중점 화두는 '아시아 경제위기' .그러나 해법을 둘러싸고 신속한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미국.캐나다와 당분간 보호무역주의를 고집하는 일본.중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이견이 맞서 팽팽한 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 주요 의제 = 9개 항목이며 이중 아시아 경제위기 문제는 세계경제위기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금리를 동반인하하고 재정을 확대,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 (IMF) 과 구제금융 재원을 9백억달러로 늘리고 일본의 3백억달러 신규차관을 아시아 각국에 적절히 배분하는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자유무역확대 등 위기극복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 마련도 의제에 포함돼 있고 환경.에너지 등 9개 산업 및 서비스분야의 자유무역 실천여부도 집중 논의된다.

회원국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자국의 투자자유화와 일방적인 편무 (偏務) 무역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세우게 된다.

이밖에 전자상거래 및 관세부과, 회원국간 인적자원 개발문제, 과학.기술교류문제, APEC경제정상회담, 밀레니엄버그 공동대처 등도 논의된다.

◇ 논쟁 = 미국과 캐나다는 2020년까지 역내 (域內) 자유무역을 목표로 한 APEC 설립취지에 맞게 모든 부문의 무관세 자유무역을 빨리 시행에 옮기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은 아직 국내산업기반이 취약한 만큼 자국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봐가며 관세를 철폐하자는 입장이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키로 한 환경.에너지.의료제품.통신기기 등 9개 핵심부문에 대한 관세철폐 문제는 아직까지 실무자들간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5년까지 역내 자유무역을 보장하기로 돼 있는 임.수산물의 경우 일본이 지난 6일 당분간 관세철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여서 미국과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임.수산물 세계 최대수입국인 일본은 집권 자민당의 표밭인 농어촌의 반발을 무시하며 자유무역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입장. 아시아 위기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투기성 단기자금 (헤지펀드)에 대한 대책도 이견이 크다.

말레이시아와 홍콩은 이미 이들 자금에 대한 정보공개와 투기활동감시 등 규제를 하고 나섰고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도 동조할 기세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는 자금의 자유로운 이동을 인위적으로 막을 경우 금융 유동성을 경직시켜 경제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전자상거래 관세부과 문제도 무관세를 주장하는 미국 및 캐나다의 입장과 당분간 관세부과를 주장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의견이 엇갈려 있고, 과학기술 역시 신속한 이전을 요구하는 후진국과 단계적 이전을 원하는 선진국간의 입장차가 크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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