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독서고수] 스스로 선택한 농촌 생활 ‘겸손한 행복’이란 이런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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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어느새 8월이다. 무더운 햇볕에 땀을 훔쳐내다가도 저녁 때 찾아오는 서늘한 바람에 미소가 번지는 그런 계절이 왔다. 이 계절이 오면, 사람들은 으레 떠나고 싶어한다. 꿈꾸는 행복한 인생은 늘 요원하기만 하고, 내 삶은 고통과 집착으로만 얼룩진 것 같아 답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떠난다.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난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이 모험이 되어버린 오늘날, 온전히 행복만을 위해 떠난 사람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정신세계원)의 주인공 박범준· 장길연 부부다. 서른살 즈음 복잡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무주 산골에 자리잡은 두 사람. 알콩달콩 소소한 행복을 주워담으며, 시행착오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이야기.

내가 이 이야기를,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것이 겸손한 행복이라 느끼기 때문이다. 도시인의 관점에서는 젊은 나이에 귀농한 시골사람. 그리고 시골의 관점에서는 농사 대신 글 쓰기와 천연염색을 하는 도시 사람. 어쩌면 일반적이지 않은 삶 속에서 불안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은 불안하더라도 불행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곳이 어디일지라도 자신의 선택으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른’ 것. 그들의 다름 속 행복은 매 순간순간 행복하고 충만한 느낌 속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늘 행복을 찾고, 배우려하고 또 행복 속에 살고 있기에, 그들은 ‘다른’ 사람의 행복의 방식도 존중할 줄 안다. 내 행복만이 절대적이지 않고, 남들의 행복도 축복할 줄 아는 마음씨. 이것이 내가 느낀 그들의 겸손한 행복 비결이다.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면서도, 따뜻하고 즐거운 느낌을 선사한다. 편안한 무주의 사진들, 부부의 일상이 담긴 부드러운 이야기들이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깨달음을 고백하려는 말투와 어울려 마음의 울림을 선사한다. 그러한 겸손한 자세로 그들은 귀농이야기도, 행복이야기도 그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담아내고 있다. 매일매일 행복한 연애이야기는 조금 질투 나기도 하지만, 어느새 퍼지는 미소는 감출 길이 없다.

이번 달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내일을 살기위해 잠시 뒷전에 두었던 오늘의 행복과 함께 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도 남에게 들려줄 내 ‘다른’ 행복이야기를 준비해보고 싶다.

하윤종(26·학생·경기도 오산시 오산동)

◆이 달의 서평 주제는 ‘내게 힘이 되어 준 책’입니다. 독서캠페인 ‘Yes! Book’의 전용사이트(joins.yes24.com)에 독후감을 올려주세요. 채택된 분에게는 20만원 상당의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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