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대북 식량지원 분배감시 활동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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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북 (對北) 식량지원과 분배 감시를 위해 지난달 30일 북한 남포항에 들어갔던 한국기독교북한동포후원연합회 백도웅 목사 일행 5명이 북한 당국에 의해 하루만인 31일 추방당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북한을 돕기 위해 방북한 우리 관계자가 추방당한 것은 처음으로, 정주영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과 금강산관광 본격화 등 남북 화해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白목사 일행은 밀가루 1천t과 분유 14t, X레이 검진 차량 1대를 장영15호에 싣고 방북했으며, 남포에서 하역작업을 지켜본 뒤 평양으로가 대북 지원 물품 분배상황을 살펴볼 예정이었다.

그러나 白목사 일행은 31일 쫓겨나 타고간 장영15호편으로 32시간을 항해해 1일 돌아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조선기독교도연맹 이천민 (李天民) 서기장을 통해 이들 종교인의 분배 모니터 활동을 보장했었다" 면서 "그러나 군부.대남기관 등은 이같은 결정에 반발, 白목사 일행에게 서둘러 하역을 마치고 떠나줄 것을 요구했다" 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측은 白목사 등의 식량에 대한 분배 감시를 거부하고 분배계획서만을 전달했다" 고 덧붙였다.

북한동포후원연합회는 15개 기독교 교단과 YMCA.국제기아대책기구.선명회 등이 참여하는 기독교 통일운동단체로 이번까지 일곱차례에 걸쳐 70억원 상당의 물품을 북한에 지원해왔다.

특히 이번 지원은 정부가 지난 9월 18일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물자 수송은 민간단체가 직접 구매.운송할 수 있도록 결정한 뒤 첫 지원으로, 남북 종교인 사이에 직접 지원이 이뤄져 모니터링 성사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오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방북 결과와 입장을 밝히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白목사는 "추방당한 게 아니다" 고 주장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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