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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 50일째 원성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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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하수처리된 ‘맑은 물’ 1만톤이 매일 흘러 보내지자 원성천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미꾸라지·피라미 등이 보이더니 이젠 붕어·향어까지 수초 사이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노란 코스모스가 핀 원성천 변 산책로를 달리는 자전거 모습이 평화롭다. [사진 =조영회 기자]

지난달 22일 천안 원성천에서 여름음악회가 열렸다. 5000명 시민들이 모여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원성천의 싱그러움을 만끽했다. 시립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천안 원도심 한복판 야외에서 이뤄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족걷기대회도 원성동 고추시장부근에서 유량동 동말교까지 3.4km 구간에 걸쳐 열렸다.

이 모든 것이 생태하천 복원과 산책로 등 시설물 설치, 그리고 맑은 물이 있어 가능했다. 천안시는 6월 22일 유량동 상류에서 ‘자연형 하천 유지용수 공급 통수식’을 갖고 하루 1만톤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신방동 하수처리장의 가압장에서 정수된 1급수를 대형펌프 3대가 분당 10톤씩 쏟아내고 있다. 이 물을 유량동까지 끌어대기 위해 시는 지름 20~70cm의 관로를 12km구간에 걸쳐 묻는 정성을 쏟았다.

원성천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파리낚시에 한창이다. [사진 =조영회 기자]

그 결과 원성천은 명실상부한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아났다. 항상 물이 말라 썩어가는 냄새가 나던 하천에 물고기가 살 정도가 됐다. 이러자 원성천에 인근 주민뿐 아니라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년여 전 완공된 산책로, 분수시설, 나무다리, 나무데크, 체육시설 등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뛰어요”=하천이면 당연히 있는 물고기가 뉴스가 됐다. 몇년 전만해도 물이 말라붙어 악취가 진동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맑은 물이 항상 20~40cm 깊이로 흐른다.

물고기가 등장했다. 처음에 개구리, 피라미 등이 보이더니 이젠 모래무지,미꾸라지에 붕어·향어까지 수초 사이로 노는 모습이 눈에 띈다. 원성천 물이 깨끗해지자 용곡동 부근 하천에서 거슬러 올라온 것이다.

또 1급수에만 서식하는 다슬기도 보이는 등 갖가지 어류와 수생식물들의 서식지로 자리를 잡았다. 원성천엔 요즘 백로와 청둥오리들도 찾아든다.

3년 전 원성동에 이사왔다는 김미연(8)양은 9일 엄마와 함께 징검다리 위에서 흐르는 물을 거슬어 올라오는 물고기를 신기한듯 바라봤다. 김양은 “지난해 만해도 집 옆에서 물고기들이 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요즘 다른 도시에 사는 친척들에게 자랑하고 있어요.”

원성천이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 천국이 됐다. 한낮 원성천에 나가면 곳곳에서 잠자리채를 든 아이들을 만난다. 아빠와 함께 한 송민서(7·남산초교1)군은 “집 앞만 나와도 잠자리 천지라 너무 좋다”고 했다.

원성천에 물고기가 나타난 것은 물이 맑아지자 용곡동 하류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노는 물 위의 징검다리를 건너 한 주부가 외출 길에 나선다. [사진 =조영회 기자]


◆“허리가 싹 나았어요”=어린이들만 좋은게 아니다. 고추시장 한양목재 인근에 사는 김명숙(65·여)씨는 오후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여중교(천안여중 가는 길의 다리) 인근 원성천 변 지압길을 찾는다. 매일 이 지압길 40m를 열 번씩 왕복한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지압길을 오갔는지 날카롭던 바닥돌이 매끈매끈해졌어요. 그렇게 되는 데 나도 일조했지요. 그 덕인지 아프던 허리가 요즘 그리 아프지 않아요.”

저녁시간대면 원성천 산책로는 부부 동반 ‘운동족’들이 점령한다. 오후 8시를 전후해 식사를 마친 원성·사직·영성동 주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인다.

이종우 원성2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은 “광성장 여관이 있는 원동교 부근부터 목화예식장있는 데까지 저녁이면 사람들로 가득 찬다”며 “천안의 새로운 명소로서 손색이 없다”고 자랑했다.

지난달 22일 원성천 산책로에서 열린 시민걷기대회 모습. [천안시 제공]

◆“수질을 책임집니다”=윤태호 원성1동장은 지난봄 심어놓은 꽃을 보는 재미에 싱글벙글이다. 산책로 비탈면에 심은 코스모스가 노란 꽃을 활짝 피웠고 천안대로 부근에 심어둔 결명자도 푸른 잎새를 돋운지 꽤 됐다. 윤 동장은 “원성천 생태하천 전체 구간 중 2.3km가 우리 동에 있다”며 “벌써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주민들도 있지만 9월이 되면 장관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이환배 원성2동장은 “맑은 물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근로자(희망근로프로젝트) 21명이 매일 하천 변을 돌며 쓰러진 갈대를 솎아내고 하천 바닥의 오물을 건져 내는 등 수질정화활동을 펴고 있다”며 “우리 동의 귀중한 재산으로 알고 주민들과 합심해 지켜 나간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원성천을 집 정원처럼 생각하고 아낀다는 얘기다.

실제로 원성동 단독주택들 중에 헌 소파를 아예 원성천을 바라볼 수 있는 길가에 놓아둔 집들이 여럿 있다. 해질 녘이면 이곳에 부채를 들고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노부부들과 자주 마주친다. 원성2동은 관내의 원성천 구간(1km)에 소국·금개국·부용 등 4만2000본을 심었다. 지금 노란 금개국이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어요”=교량들이 너무 낮아 산책로를 지날 때 머리를 구부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중교의 경우 키 180cm이상 주민은 머리를 숙이고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하천 폭이 좁은 곳에선 ‘원웨이’로만 길이 나 있어, 징검다리를 건너 하천 건너편 산책로로 옮겨 가야 한다. 하천을 건너 다니는 재미는 있으나 속보로 걷는 경우 운동의 맥이 끊기는 단점이 있다.


성 시장도 원성천 매니어

성무용 천안시장(사진)은 매주 한번 정도 원성천에 간다. 주로 오전 5시 이른 새벽, 건강을 위한 운동과 관내 시찰을 겸해서다. 성 시장은 아침 산책을 하는데 행선지는 매일 자택(오룡동)을 나서면서 정한다.<본지 3월 24일자 l4면 인터뷰> 동서남북 네 방향 중 한쪽을 택해 걷는다. 이는 오래된 습관이다.

성 시장은 “최근들어 원성천을 부쩍 많이 찾는다”며 “물이 맑아져 걷는 기분이 더욱 상쾌해졌다”고 말했다. 겨울철은 이른 아침이라 어두워 알아보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으나 요즘은 아이들도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고 한다. 성 시장은 “천안천·성정천 생태하천 복원공사도 이른 시기에 완료하고 맑은 물을 하루빨리 흘러보내 많은 시민들이 원성천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원성천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 주민들이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 실감케 된다”고 했다.

<원성천 생태하천>
·총길이: 3.7km(유량동~천안천 합류지점)
·시설: 분수시설 3곳 / 나무다리 14곳 / 나무데크 4곳 / 진입계단 9곳·의자 44곳 / 생태습지 1곳 / 징검다리 14곳 / 하중도 1곳 / 물흐르는 벽 3곳 / 자연형 낙차보 10곳 / 관목 7만그루

·공사비: 토지보상비 40억원(7536㎡)
하천공사비 132억원
방류시설비 80억원

·공사기간: 2005.10~2007.12

·시공사: 보성종합토건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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