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회장-김대통령 면담 35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현대그룹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 등 방북단 일행으로부터 북한 방문결과 등을 보고받았다.

35분간의 면담에서 金대통령은 북한의 원유생산 가능성 등에 의문을 표하고, 현대가 합의했다는 대북사업 내용들을 꼼꼼하게 따져 물으면서 깊은 관심을 피력했다.

金대통령 = 수고 많으셨습니다.

鄭명예회장 = 평양에서 기름이 나오는데 파이프를 연결해 석유를 공급하겠다고 북측이 약속했습니다.

金대통령 = 그 기름은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鄭夢憲현대회장 = 가능성은 잘 모르지만 아태평화위원회측이 탐사 개발의 참여를 요구했고 김정일 (金正日) 국방위원장 (이하 직책생략) 이 기름이 생산된다면 남쪽에 우선 공급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金대통령 = 미국 탐사회사들이 탐사를 하고 있습니까.

李益治현대증권사장 = 아태평화위 책임자들은 중국 발해만 쪽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는데 그 지층구조가 평양까지 연결돼 있다고 했습니다.

金대통령 = 그런 것은 장차 얘기하고 다녀온 얘기를 해 보십시오.

鄭회장 = 김정일은 '처음에는 금강산 개발을 않고 자연 그대로 두려고도 생각했지만 현대가 적극적으로 개발한다고 하니 그렇게 해달라' 고 말했습니다.

김용순 아태위원장과 鄭명예회장 사이에 금강산 개발.승용차 조립.체육관 건립 등을 협의했다고 김정일에게 말하자 김정일은 '그때 말한 실내체육관인가' 하면서 '남북 체육교류를 많이 해야겠다' 고 김용순에게 말했습니다.

또 김정일은 '김일성 (金日成) 주석 생존시 통천에 비행장을 건립해 일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고 회고했습니다.

金대통령 = 아홉가지를 합의했다는데 그것이 무엇입니까.

鄭회장 = 금강산사업은 아태위가 관리해 기본합의는 그쪽과 했고 체육관건립 합의도 아울러 했습니다.

민경련 (민간경제인연합회) 과 합의한 것은 평양발전소.승용차 조립.공단조성사업 등인데 좀더 구체화해야 합니다.

광천수 개발문제도 협의했습니다.

공단건설은 경제특구 개념으로 유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金대통령 = 실천키로 합의한 것은 무엇입니까.

鄭회장 = 금강산 개발과 체육관 건립.자동차 라디오 조립.광천수 개발 등 위험성 없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곧 실현된다고 봅니다.

또 해외건설사업에 남북이 공동진출하자고 우리가 제의했지만 실제로 북한의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나라가 없어서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리비아 등에나 공동진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金대통령 = 북한과 임금문제는 합의했습니까.

鄭회장 = 합의가 없었지만 현재 장전항과 온정리 등의 도로개발을 하고 있는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수준으로 월 1백달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임금이 1백달러 미만이면 중국이 1백20달러여서 좋은 임금시장입니다.

金대통령 = 남과의 경제협력 열의가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까.

鄭회장 = 김정일은 '금강산 개발을 꼭 해야 한다' 며 남쪽과 경협을 갈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정일은 다시 한번 책망하는 투로 금강산 개발이 늦어졌다고 얘기하면서 비행장 건설과 온천개발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김정일은 지난 2년반동안 가뭄이 들어 수력발전이 안되고 석탄도 못캐 화력발전이 안되고 있다며 '우리는 중수력발전소를 많이 건설하고 있다' 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金대통령 = 기한은 언제까지입니까.

鄭회장 = 계약서상 6년3개월로 돼 있으나 그외에 '장기간' 이라는 표현도 있어 '장기간' 에 대해 추후 협의해야 합니다.

북한은 홍콩식으로 조차 (租借) 되는 인상을 주는 것에 많이 신경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