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포된 북 선박, 미스터리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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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해안경비대와 정보기관 수사관들이 6일(현지시간) 블레어 항에 억류 중인 북한 국적 ‘MV 무산호’의 선원(앉아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이날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 인근 해상에 불법 정박했던 ‘MV 무산호’를 6시간가량 추격, 공포탄까지 쏜 끝에 나포했다. [인도 해안경비대 제공, AP=연합뉴스]


인도 군 당국이 자국 해안에서 나포한 북한 선박 ‘MV 무산호’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으나 선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인도 군 당국은 이 선박의 항해일지와 항로가 일치하지 않고, 선원들의 진술 내용도 엇갈리는 등 수상한 부분이 많아 인도 육·해군과 정보기관 요원들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에 수사를 맡겼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지난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이후 해외에서의 첫 번째 북한 선박 나포여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일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9일 아쇼크 찬드 인도 경찰국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 선원들이 수사 당국에 정보를 제공하길 꺼린다”고 전했다.

현재 인도 블레어항에 억류된 북한 선박은 최근 몇 달간 중국을 수차례 오갔는데도 항해일지에는 이 내용이 누락돼 있다. 또 이 선박이 지난달 27일 태국 람 차방 항구를 떠난 뒤 당초 항해일정과 달리 싱가포르항에 정박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선원 39명의 여권에는 싱가포르 출입국관리소 도장이 찍혀 있지 않아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 해안경비대 K R 나우티얄 수사관은 “당초 선원들이 기계 고장으로 불법 정박을 했다고 진술했는데 확인 결과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또 “16만5000t의 설탕을 싣고 태국에서 이라크로 항해하려 했다는 이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다”며 “인도 해안에서 우리 경비대를 본 뒤 도주한 이유에 대해 묻자 ‘해적으로 오해받을 가능성 때문’이라고 답했는데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리스 메타 해군 참모총장도 8일 “북한 선박에서 핵물질 등 불법 화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조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도 해안경비대는 7일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 정박했던 북한 국적의 ‘MV 무산호’를 6시간가량 추격한 뒤 공포탄까지 쏜 끝에 나포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몇 년 전에도 북한 선박이 미사일 부품을 싣고 파키스탄으로 항해하다가 인도 해역에서 적발됐고 최근 북한이 미얀마의 핵 개발을 돕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제사회에선 북한 선박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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