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형제애보다 진하다' 계열사끼리 맞대결 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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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형제기업 또는 같은 회사내 영업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건설.부동산 관련 업계는 수주를 위해 같은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적과의 동침' 을 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대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은 최근 서로 각기 다른 컨소시엄의 주간사로 서울 용산역 역세권 개발 1단계 민자역사 사업 입찰에 나란히 뛰어들어 현대산업이 수주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시공사가 결정된 서울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공사입찰에서는 삼성 계열사와 대우계열사들이 서로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입찰에서는 삼성계열의 경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현대건설을 주간사로 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했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한양과 한국중공업.동양고속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간사로 입찰에 가담했다.

대우계열사는 대우건설이 현대 컨소시엄에 참여한 반면 경남기업은 상우종합건설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수주경쟁을 벌였다.

이 경쟁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 등 대형 건설사들의 컨소시엄을 물리치고 수주권을 따내 관심을 끌었다.

또 금호개발은 영업직원 4개팀 80여명이 한 사무실에서 금호리조트 회원권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사조그룹 계열 리조트업체 사조그린 앤 블루 (G&B) 도 3개의 영업팀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이 회사 리조트 및 스키장 회원권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영업팀은 같은 회사에 적을 두고 있을 뿐 '적' 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광고.팸플릿 등을 별도 제작하고 전화번호도 각기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과열 경쟁은 영업실적에 따라 봉급.수당 등이 다르고 심한 경우 조직 자체가 정리될 정도로 사정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건설사업관리협회 윤기평 본부장은 "과거 이런 경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서로 중복입찰을 피하거나 그룹차원에서 조정이 이뤄졌다" 면서 "그러나 요즘은 각 회사의 운명이 달려있어 되레 계열사가 정보유출이 커 최대의 적으로 간주되는 분위기" 라고 설명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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