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시행 새 입시제도로 입시학원 설자리 좁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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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입시학원들이 기로에 서 있다.

문을 닫느냐 업종전환을 하느냐, 벌써부터 고민이다.

2002년부터 시행될 새 대학 입시제도 때문이다.

새 제도는 수능시험과 학생부의 교과성적 비중이 대폭 낮아진다.

무시험 전형은 확대된다.

시험성적 보다는 다양한 개성과 특기, 훌륭한 품성과 지도력을 더 중시한다.

여기다 울산은 오는 2000년 고교 평준화까지 실시될 예정이어서 입시학원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게 돼 있다.

울산남구신정동 D학원 金모 (31) 원장은 "성적위주로 뽑지 않아 학생들이 굳이 과외나 학원수업을 받지 않아도 된다" 며 "입시학원은 곧 문을 닫아야 할 것" 이라며 한숨지었다.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학원에 다니던 관행이 서서히 깨지게 된다는 것이다.

1백여명의 중.고교생이 등록.수업을 받고 있는 이 학원은 벌써부터 중학생들이 한두 명씩 빠져 나가고 있다.

입시학원들은 올 겨울 방학부터 이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해져 학원생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IMF이후 학원생이 30~40% 감소한 마당에 새 입시제도는 '직격탄' 이나 다름없다" 며 "학원산업의 몰락이 예고되고 있다" 고 말했다.

재수생 중심의 대입종합학원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굳이 재수까지 해 시험성적을 올려 더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학생들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2년부터는 전문대 이상 고등교육기관의 입학정원과 고졸자의 수가 비슷해지면서 대학진학이 쉬워져 재수생은 더 줄게 돼 있다.

6백여명의 재수생이 다니는 울산남구달동 H학원 金모 (40) 기획실장은 "입시학원들은 이제 업종전환을 서두르거나 재학생을 위한 새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金실장은 "교과중심 또는 학교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에 고심중이나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다" 고 고민을 털어놨다.

학원들은 그래서 외국어나 예.체능, 컴퓨터, 자격증 관련 전문학원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울산남구옥동 J학원 朴모 (37) 원장은 "관련 시설이나 강사수준을 높여 학생들의 특별활동에 맞는 교육기관으로 업종전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 말했다.

울산에는 3백여개 입시학원들이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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