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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내 '총풍 정국' 자성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권 내에서 '총풍 (銃風) 정국' 을 둘러싼 자성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한달간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중간수사 결과가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3인조' 가 북측에 총격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도 여론은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여권의 과장.증폭 부분에 초점을 맞춰 비판하는 쪽으로 기우는 점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거기에다 고문시비까지 겹쳐 새 정부의 도덕성에 의문을 야기하는 상황까지 초래된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정의 전략적 조정기능이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즉 청와대.검찰.안기부.집권당 등 여권 주요 포스트의 핵심들이 대통령 한사람에게만 책임을 지고 수평적인 정보교환이나 역할조정 등 국정의 매끄러운 운영을 위한 '의사소통 체제' 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과거정권 때의 관계기관 대책회의같은 것이 상설화될 필요는 없으나 그런 기능 자체는 여권 어딘가에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다.

사실 국민회의가 '이회창 퇴출론' 까지 제기하는 초강경 주장을 편 데는 6개월여에 걸친 안기부 조사내용의 핵심이 당측에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관계자들은 인정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당의 정치적 주장이 여론의 기대수준만 잔뜩 높여 수사에 부담을 주었다는 얘기다.

여기엔 동교동 실세가 포진한 국민회의측과 이종찬 (李鍾贊) 부장이 이끄는 안기부 사이의 '서먹서먹한 관계성' 도 작용했다고 본다.

그런 가운데 '자기현시' 를 위한 일부 인사의 경거망동으로 호재를 악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즉 수사전략상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3인조의 검찰송치와 보완수사를 누설해 사건 전체를 엉망으로 만든 것도 '초보 여당' 의 부산물이라는 것. 검찰은 검찰대로 야당의 고문조작설에 신경쓰면서 수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몸사리며 수사하다 보니 '이회성 개입혐의' 조차 똑 부러지게 밝혀내지 못했다는 여권 내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사정들이 얽히고 설켜 권력 중추기관 사이의 알력설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회의의 검찰.안기부 등에 대한 감청조사 방침도 벌써부터 신경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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