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 정착 '산 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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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 타결로 갈등의 중동땅에 평화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진정한 화평이 자리잡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당장의 가장 큰 과제는 양쪽 모두 내부 반발을 극복하는 문제다.

이스라엘의 경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함께 연정에 참가하고 있는 극우파 정당 민족종교당 (NRP) 이 합의에 불만, 연정탈퇴 으름장을 놓고 있다.

네타냐후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던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 주민들도 이번 합의에 반대다.

이 동네에선 당장 네타냐후 퇴진 목청이 불거지고 있다.

자칫하면 연정을 새로 구성하거나 새로 선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네타냐후에 대한 불신이다.

미국의 압력 때문에 그가 영토를 양보했지만 팔레스타인측이 조그마한 합의위반만 해도 이를 빌미로 즉각 초강경 대응해 합의자체를 위태롭게 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팔레스타인측에 짙게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 수반 야세르 아라파트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하마스 등 과격 테러집단들의 강력 반발에 직면해 있다.

사실상 대 (對) 이스라엘 테러의 본부역할을 해온 자신의 보안기구들도 설득해내야 한다.

평화협상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의 열의가 높지 않은 것도 아라파트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평화협정 합의사항인 '팔레스타인 헌장내 반 이스라엘 조항 폐기' 도 팔레스타인 의회격인 민족평의회는 반대 입장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조만간 팔레스타인 영토를 방문, 헌장수정이 가능하도록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설득할 예정이지만 결과는 낙관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방향을 알려줄 첫번째 시금석은 다음달 초 시작될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관련된 최종지위 협상' 이 될 전망이다.

93년 오슬로 평화협정에서 내년 5월 4일로 타결시한을 정한 바 있는 팔레스타인 최종지위 협상엔 양측이 서로 수도로 삼겠다는 동예루살렘 처리문제, 40만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과 유대인 정착촌 문제 등의 난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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