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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찾는 외지인들 세 번 놀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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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베이징에선 요즘 다시 올림픽 열기가 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올림픽 특집방송을 내보내며 시민들에게 올림픽의 감동을 일깨우고 있다.

◆자부심 넘쳐=외교학원(외교관 양성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리이안(李益安·19·여)은 올림픽 1주년을 맞으며 누구보다 가슴이 벅차다. 1990년대 태어나 주링허우(九零後) 세대에 속하는 그는 지난해 올림픽 기간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올림픽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중국인이란 자부심을 강하게 느꼈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을 구호로 내걸었던 베이징 올림픽을 치른 뒤 중국은 강대국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워싱턴에서 미국과 ‘전략 및 경제대화’를 열고 전 지구적 문제를 함께 논의해 G2(양대 강대국이란 의미)로 부상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도시환경과 시민의식 변화=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금메달을 차지했던 중국은 요즘 엘리트 체육을 넘어 시민 생활 체육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8월 8일을 ‘국민체육의 날’로 지정했다. 베이징 시 정부는 주경기장과 수영장 등 올림픽을 위해 수조원을 들여 신축했던 경기 시설물을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체육 공간으로 되돌려줬다.

요즘 자주 비가 내린 덕분인지 인구 1800만 명의 거대 도시 베이징의 대기오염은 생각보다 그다지 심하지 않다. 실제로 올 들어 6개월간 베이징의 대기지수는 2급 이상 수준을 유지한 날이 지난해보다 23일 늘어난 146일을 기록해 최근 10년간 가장 깨끗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 체증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화됐다. 올림픽 기간에 시행했던 승용차 홀짝제를 변형해 지금도 5부제를 시행하면서 차량이 20%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도 상당히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년째 베이징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장샤오어(張小娥·45)는 “아직도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이전보다는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민족주의 의식 과도 확산 우려도=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치르면서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이 더 많이 개방됐는지에 대해서는 이론도 있다. 지난해 12월 교수와 변호사 등 지식인들이 민주화와 삼권분립을 요구하며 ‘08 헌장’을 발표했을 때 중국 정부는 이를 일거에 묵살했다.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3월 “서구식 다당제와 삼권분립은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또 중국 당·정이 정치적으로 애국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민족주의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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