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농구 일본 대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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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이 6일 중국 톈진에서 개막한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예선 첫 경기에서 일본을 95-74로 대파했다.

하승진(왼쪽에서 둘째)과 오세근이 일본 센터들과 리바운드 볼을 다투고 있다. 한국은 골 밑을 점령하면서 수비리바운드 수에서 26-11로 일본을 압도했다. [톈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열린 존스컵에서 한국은 일본에 경기 내내 뒤지다 막판 역전승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라이벌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의 압승이었다. 이 승리로 한국은 2차 조별 예선행(각조 상위 3개국)을 확정 지었다.

허재 감독은 주희정(SK)-강병현(KCC)-양희종(상무)-김주성(동부)-오세근(중앙대)을 선발로 내세웠다. 골리앗 하승진(KCC) 없이 빠른 선수들로 일본의 전력을 탐색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척후병 부대가 압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강한 수비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빠르게 역공을 펴 하승진 없이도 승기를 잡았다. 가장 큰 전과는 양희종이 올렸다.

김주성이 상대 빅맨들을 속이고 첫 득점으로 문을 열어 놓자 양희종이 소나기 슛을 꽂았다. 3점슛과 돌파, 속공, 외곽슛 등 다양한 공격으로 1쿼터에만 14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21분을 뛰면서 23득점했다.

1쿼터 중반 나온 하승진은 프로 리그보다 한층 안정된 기량을 보였다. 3중 샌드위치 수비 속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 기어코 림에 꽂아 넣는 모습은 이전에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하승진은 14분만 뛰면서 12득점·4리바운드로 활약했고, 야투 5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한국은 2쿼터 3분 더블스코어도 넘는 44-21로 앞서면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후 선수를 고루 기용하면서 여러 작전을 연습했다. 후반 느슨한 수비로 점수차가 좁혀졌지만 3쿼터 한때 38점 차까지 벌어졌다.

허재 감독이 마음만 먹었다면 한·일전 최다 점수차를 경신할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경기였다. 한국과 일본의 역대 농구 경기에서 최대 점수차는 1974년 아시아경기대회(104-66), 94년 아시아경기대회(101-63)에서 두 번 나온 38점이다.

한국은 엔트리 12명 모두가 코트에서 뛰었고 이동준을 제외한 11명의 선수가 득점했다. 김주성(9득점·6리바운드), 오세근(14득점), 방성윤(6득점·4리바운드)이 두드러졌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3위 이내에 들어야 세계선수권 티켓을 딴다.

박수교 해설위원은 “팀이 빨라졌고 선수들 간의 기량 차가 적어 중국이나 중동 팀과 대항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선수들 동작 하나하나에 일본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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