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턱수염이 무슨 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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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깎자니 귀국이 어렵고 안 깎자니 대회 출전을 못하고…' . 아프가니스탄의 아마복서 3명이 턱수염 때문에 진퇴양난의 곤욕을 치렀다.

복싱의 국제규정은 턱수염을 금지하고 있는데 반해 회교의 율법은 수염깎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데일리 뉴스는 21일 (한국시간) "그린힐컵 국제복싱대회 주최측이 턱수염을 기른 아프가니스탄 복서 3명에 대해 대회출전을 금지했다" 고 보도했다.

국제아마복싱연맹 (AIBA) 이 규정한 턱수염 금지조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들 복서는 대회주최측으로부터 턱수염을 깎으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만일 수염을 깎는다면 조국에 돌아올 생각을 말라" 는 본국의 훈령을 받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인 탈리반 정부는 인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턱수염을 기르고 여자는 얼굴을 가리도록 명령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는 사람은 입국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다.

생활터전인 고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규율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이란의 복서들도 국제대회 전에는 모두 턱수염을 깎는데 우리 정부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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