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부패고리 이젠 끊자]전 고속도로 순찰대원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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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속도로 순찰차가 운전자로부터 거둬들이는 돈은 하루에 1백여만원, 순찰대원 1명의 월평균 부수입은 5백만원을 넘습니다. "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중부고속도로 순찰대 부대장 (당시 경위) 으로 일했던 전직 경찰 吳모 (49) 씨. 지난 7월 순찰대 근무 당시의 비리혐의가 드러나 옷을 벗은 吳씨가 본사 취재진에 밝힌 고속도로 순찰대의 부패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吳씨에 따르면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에게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고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사례가 순찰차 한대당 하루 50~1백명에 이른다는 것. 법규위반 운전자들로부터 건당 1만~2만원씩을 챙기는 게 상례로 순찰차 한대가 하루에 거둬들이는 돈이 평균 1백만원을 넘는다고 吳씨는 밝혔다.

2인1조의 순찰차 16대가 2개조로 나뉘어 맞교대하는 중부고속도로에서만 하루에 8백만~1천5백만원의 뇌물 거래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같은 행태는 중부고속도로 순찰대 뿐만 아니라 전국 11개 지구 고속도로

순찰대 모두 마찬가지라는 게 吳씨의 증언이다.

그는 "중부고속도로는 그나마 서울과 가까워 내부 감시가 심해 정도가 덜한 편" 이라며 "감찰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지방은 더욱 심하다" 고 말했다.

또 한가지 놀라운 것은 일선 순찰대원들이 거둬들인 돈이 상부로 흘러들어간다는 점. 순찰대원들은 매달 일정액을 갹출, 순찰대 대장.부대장 10만원, 순찰대 내근근무자 3명 30만원, 고속도로순찰대 본대에 30만원씩을 각각 상납하며 지방경찰청 교통계.감찰계엔 두달에 한번씩 20만원을 바치는 게 불문율이라는 것.

이처럼 엄청난 부수입을 올리다 보니 고속도로 순찰대 근무를 지망하는 경찰관들이 워낙 많아 "최소한 총경급 이상의 '빽' 이 없으면 순찰대 발령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는 것이 吳씨의 말이다.

吳씨는 "지난 5월 발생한 중부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의 식당 칼부림 난동사건도 '상납실적' 이 부실해 '조기퇴출' 당한 일부 순찰대원들이 불만을 품어 일어난 것" 이라고 밝혔다.

吳씨는 "당시 경찰청에서 사건을 조사하면서 구조적 상납비리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일부 간부들만 옷을 벗기는 것으로 덮었다" 며 "일선 순찰대원은 물론 경찰 상부로의 뇌물 상납구조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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