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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기반업종 연쇄불황 현장점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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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금형.도금.열처리 등 제조업의 기초를 이루는 '생산기반업종' 들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각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 등 신규 투자를 크게 축소함에 따라 이들 업체의 일감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종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업종의 불황은 곧바로 다른 업종의 불황으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현재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업종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틀을 만드는 금형부문. 한국금형협동조합 관계자는 "3천5백여개의 전국 금형업체중 10인 이하의 종업원을 가진 소규모 업체는 상당수 휴.폐업했으며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3백80여개의 조합 가입업체중에서도 21개가 부도로 문을 닫았다" 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Y금형.S금형의 경우 납품처인 대기업 전자제품 회사들이 물량을 크게 축소하는 바람에 각각 7, 8월에 부도를 냈다.

대형 업체로부터 물량을 재하청받아 작업하는 소규모 업체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서울 구로공단내 성현CNC 손기창 (30) 씨는 "10개중 7개 업체는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 라며 "내수에 치중하던 업체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다" 고 말했다.

업체들은 내수부진을 수출로 만회하려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김학권 금형조합 이사장은 "해외시장 개척단을 잇따라 파견하고 있지만 수출물량이 많았던 동남아시아의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1차 가공된 금속제품을 재가공하는 도금.열처리 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 한국도금조합협회 관계자는 "도금은 경기흐름에 가장 민감한 업종중의 하나" 라며 "영세 도금업체가 몰려있는 시화공단 등지에 가보면 종업원을 모두 내보내고 사장이 혼자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도금과는 달리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열처리 업체들은 내수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더 심하게 겪고 있다.

최근 6백여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립한 H기업이 도산한 것을 비롯해 올들어서만 6개 대형 열처리업체가 부도를 냈다.

반월공단내 J열처리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극심한 불황으로 열처리 업체들의 매출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수준으로 떨어졌다" 며 "현재로선 내수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할 뿐" 이라고 한숨지었다.

이밖에 용접.주조.단조 업종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장연하 열처리조합 전무는 "자동차.전자 등 완성품업체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들 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에 대해 정부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양현봉 박사는 "항공기 기체.자동차 엔진.탱크에서부터 소형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며 "생산기반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출.기술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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