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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현대行…자동차산업 파장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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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아.아시아자동차의 현대 낙찰로 인해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부품.협력업체나 대리점 등 관련 산업에까지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대의 기아 인수가 확정되면 4사 체제인 현행 자동차 시장 판도는 3사로 전환되며, 일각에서는 '양사 (兩社) 체제' 로의 변혁을 점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는 부품.협력 업체나 인력의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자동차 산업 판도가 바뀐다 = 외형상으로는 양대 구도지만 현대의 독주 속에 대우가 힘겨운 견제를 하는 양상을 띠게될 전망이다.

우선 현대는 기아.아시아 인수로 생산능력이 2백85만대로 늘어난다.

대우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1백20만대. 작년말 기준으로 기아.아시아 판매분을 포함하면 내수에선 현대 점유율이 68%로 높아지게 된다.

올해 대우가 내수시장에서 약진하고 있고, 수출도 미국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활발해 이같은 점유율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현대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을 것은 분명하다.

특히 현대는 3백만대 가까운 생산규모로 이른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된다.

자동차의 '뼈대' 라 할 수 있는 플랫폼과 부품의 공용화 등을 통해 경영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돼 향후 새로 개발하는 차종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우자동차도 획기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현재 진행중인 미국 제너럴모터스 (GM) 과의 협상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려운 지경에 처한 삼성도 독자 생존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협력선인 일본 닛산을 비롯해 다른 해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더욱 활발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대라는 강자와 대적하기 위해 대우와 삼성은 해외 업체와의 협력강화로 타개책을 찾을 전망이다.

◇ 격변이 예상되는 부품업계와 유통망 = 부품 업계에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완성차업계의 1차 협력업체 수는 1천3백여개 (중복분 제외한 추정치) . 전문가들은 극심한 내수침체에 따른 조업중단과 자금난.현대의 기아낙찰에 따른 업체간 통폐합에 따라 업체수는 향후 2년새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협력사인 H사 관계자는 "기아부도 이후 주문이 크게 준데다 금융권 대출기피로 자금난까지 겹쳐 집까지 팔아 명맥을 유지해 왔다" 면서 "현대가 중복 납품업체에 대한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제는 공장 문을 닫게되지 않을 까 걱정이다" 고 말했다.

판매 조직 및 인력은 더 큰 문제다.

현재 현대는 현대자동차 2백59개소와 현대자동차써비스 3백29개소를 합쳐 전국에 6백개 가까운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여기다 기아의 직영영업소 3백23개소와 딜러영업소 3백13개를 추가할 경우 총 규모는 1천2백개가 넘게 된다.

업계는 두 회사의 영업소가 대부분 같은 지역에 겹쳐 있기 때문에 최소한 30% 이상은 폐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인력 문제는 어떻게 되나 = 현대 측은 "그동안 정리를 해왔기 때문에 당장 추가 조정은 필요하지 않다" 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현대는 현대자동차 3만6천명에 자동차써비스 1만2천명을 합해 무려 5만명의

직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기아자동차 1만7천6백명과 기아자동차판매 9천2백67명을 모두 끌어 안을 경우 직원수는 7만7천명을 넘어서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와 기아의 생산라인에서 동일 차종을 생산 생산직만도 20~30%까지 감축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 남은 과제는 = 문제는 현재 경기가 사실상 최악이라는 점. 내수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수출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해 가동률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4백32만대 생산규모인 국내 자동차 업계의 올해 생산대수는 2백여만대에 그쳐 5년전 수준 (2백5만대) 으로 뒷걸음질 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최소한 몇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 업계에선 경기 전망을 토대로 볼때 자동차 내수시장은 낙관적으로 봐도 2002년 이후에나 97년 (1백51만대)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천여만대의 공급과잉 상태를 보이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도 신규 시장으로 꼽히던 동남아.중남미.동구권 등이 경제난에 빠져 있어 공급과잉 해소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부품의 전문성과 공유도 해결 과제다.

현재 국내 1차 납품업체의 회사당 연평균 매출액은 약 90억원인데, 매출의 90%를 완성차 업체 납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영세성과 모기업 종속구조로 독자 부품개발력은 일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부품개발력 척도인 모기업 승인 부품비율에 있어서 한국은 33%로 일본 (70%) 보다 크게 뒤져 있다.

전문가들은 부품의 공용화, 부품통합 발주 등 경쟁과 협력체제 구축차원에서의 업계간 인수.합병과 부품업체 육성 문제를 적극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도움말 주신 분>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오승채이사,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원종길과장, 현대자동차 김판곤전무.이효병기획조사부장, 기아자판 제철이사, 현대경제연구원 정진우연구원, 대우경제연구소 김경엽박사, 기아경제연구소 이성신이사, 산업연구원 오규창 수석연구원

차진용.신동재.이수호.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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