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 파급효과]세계경제 희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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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금리인하 조치의 효과는 우선 주가폭등으로 나타났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15일 4.2% 수직 상승했고 이를 이어받아 아시아 증시도 16일 2~9% 껑충 뛰어올랐다.

또한 유럽 증시도 16일 장이 열리자마자 독일 2.9%, 영국 2.0% 등 급등세를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 금리인하에 이어 대다수 미 주요 은행들은 16일 우대금리를 8.25%에서 8%로 내렸다.

금융권 신용경색과 디플레라는 세계적 이중고 (二重苦) 를 전혀 해소하지 못했던 지난달 29일 1차 금리인하 때와 사뭇 다른 긍정적 시장반응이다.

이는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의 동반인하로 미 금융권에 돈이 더 많이 돌게 되고 결국 미국내 소비와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개발도상국의 수출이 증대되고 이는 달러 약세.엔 강세의 흐름과 어우러져 세계적 경기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되돌아갔던 국제자본이 신흥시장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16일 도쿄 (東京)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백15엔대까지 치솟는 등 급등장세로 변했다.

이같은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브라질.멕시코.한국 등 거액의 달러표시 외채를 안고 있는 개도국들의 외채상환 부담은 한결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신흥시장 붕괴로 거액의 손실을 본 국제자본들이 쉽사리 아시아나 러시아로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신용경색을 우려해 이번에 FRB가 금리를 내렸지만 헤지펀드 도산으로 야기된 월가의 금융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19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또 금리인하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어쨌든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로 공은 동조 금리인하를 하느냐 마느냐로 난처한 입장에 놓여있는 유럽, 특히 독일로 넘어간 느낌이다.

영국.스페인.덴마크 등 기타 유럽 국가들이 연이어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한스 티트마이어 총재는 "유럽 경제상황이 양호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 고 완강히 버티고 있으나 국내외의 금리인하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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