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에 구두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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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주요 백화점들이 일제히 가을 정기세일에 돌입한 지난 주말. 서울중구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1층 구두매장을 찾은 회사원 朴모 (27.여) 씨는 '헛걸음' 을 치고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세일기간을 이용해 모처럼 새 구두를 장만하려고 이곳을 찾았으나 금강.에스콰이어.엘칸토 등 국내 유명 제화점들이 세일을 하지 않아 발 품만 파는 헛고생을 하게 된 것.

백화점 세일이 시작되면 으레 '주전 선수' 로 참여했던 유명 구두회사들이 올 가을엔 쏙 빠져버렸다.

구두는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1층에 자리잡아 백화점 매출을 더욱 북돋우는 '간판상품' 으로 통한게 과거의 전통. 또 다른 제품보다 상품회전이 늦은 탓에 업체들도 세일 때만 되면 '한몫' 을 노리고 전력을 다해 할인행사를 펼쳐왔다.

그런데도 제화업체들이 올 가을 대목을 스스로 포기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추석 연휴와 백화점 정기세일이 시기적으로 너무 가깝게 이어졌기 때문. 추석 대목에 한껏 풀어낸 구두상품권을 소비자들이 세일 기간에 사용할 경우 구두회사로서는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구두회사들은 추석 대목에 대량판매를 위해 대부분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20~30% 할인해 팔았는데 추가로 20% 정도 세일하게 되면 상품권 고객에 대해서는 최소 40% 이상 할인판매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특히 대다수 구두회사들은 다음달 말 전국 점포에서 자체 세일을 계획하고 있어 이번 백화점 세일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9월 추석 연휴와 백화점 가을 세일.자체 정기세일이 적어도 한달 이상 틈을 두고 이어졌지만 올해는 그런 여유기간이 사라졌다" 며 "한달 뒤에 있을 자체세일 때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백화점 세일에 불참했다" 고 설명했다.

구두업계의 세일 불참으로 백화점업계도 울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잡화류 판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두의 불참으로 점포에 따라 매출차질이 최고 10억원까지도 날 것" 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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