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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줄이자”여권서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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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요구하면서 '검찰의 전횡' 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여권 여기저기서 결과적으론 검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일들이 잇따라 주목된다.

국민회의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책을 15일 출간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은 鄭총장의 야당시절부터의 소신이었지만 이번엔 집권당 총장의 무게가 실려 있어 정치권에선 이를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鄭총장측은 "검찰이 서울고검 검사 6명을 투입, 지난 8월 '수사지휘론' 이란 책을 펴내 '수사권 독립' 을 적극적으로 반대했지만 경찰은 이에 필적할 만한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 고 출간배경을 설명했다.

경찰개혁을 위해 수사권 독립이 필수적인데 그러지 못해 鄭총장이 총대를 메고 경찰 목소리를 대신 냈다는 것이다.

검사 1천여명에게 전국 경찰 9만명이 엄격한 수사지휘를 받는 현실에서 검경 (檢警) 간의 수사권 문제는 공권력 내부의 가장 민감한 사안중 하나. 국민회의 '인권법.인권위 특별소위 (위원장 李基文의원)' 가 국가인권위의 권한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검찰의 신경을 자극한다.

인권위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 국민회의안 (案) 은 인권침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지만 인권위의 권한으로 판사와 검사에 대한 소환권을 명시하고 있는데다 인권침해 권력기관 (검찰포함)에 대한 시정명령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은 14일 당정회의에서 "시정권고권은 몰라도 명령권은 곤란하다" 며 극력 반대했다.

법무부측이 국가인권위원회를 법무부 산하에 두려 하는데 반해 국민회의측이 감사원과 비슷한 대통령 직속의 독립특수기관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도 대립 요인.

국민회의는 이미 정치개혁법안에서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에 검찰총장을 포함시켜 놓았으며 야당의 특검제 요구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이밖에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계좌추적권을 확보하기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재경장관.금융감독기관에 이어 이들 두 기관이 계좌추적권을 갖게 되는 게 검찰로서 달가울 리 없는 것은 당연한 일.

민변 (民辯) 출신 천정배 (千正培) 총재권한대행 비서실장은 "검찰수뇌부는 탐탁지 않아 하겠지만 고급인력인 검찰이 잡범 (雜犯) 수사에서 스스로 해방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며 사정기관 사이의 견제균형론을 제기했다.

이같은 여권의 '검찰권 견제 움직임' 에 대해 국민회의의 '야당성 체질' 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한승헌 (韓勝憲) 감사원장, 경찰을 관할하는 김정길 (金正吉) 행자장관 등에 대한 金대통령의 두터운 신임도 작용했다는 설이 나와 흥미롭다.

전영기.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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