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외교 실험 … ‘국회의원 특사’ 시대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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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안상수 원내대표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이 에콰도르와 콜롬비아를 찾을 예정이기도 하다. 역시 대통령 특사 자격이다. 이들은 상대국 대통령을 포함, 국가 최고 지도층을 두루 만난다. 특사란 지위 때문에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는다.

국회의원 대통령 특사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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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새 시도다. 과거 대통령 특사는 외교관 등 정부 관계자이거나 은퇴한 원로 등의 몫이었다. 그러다 보니 ‘1회용’이거나 ‘얼굴마담’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의원을 특사로 보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의원 특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했다. 이어 “야당 의원들에게도 문호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의원 특사 실험이 본격화되는 데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4강 특사로 유력 정치인(박근혜·이상득·이재오·정몽준)을 보낸 일이 있다곤 하나 그때뿐이었다. 다시 의원을 특사로 보내기 시작한 건 당·청 소통 차원이었다. 올 5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앞서 여당 최고위원들 위주로 특사단을 꾸렸다. 그런데 결과가 괜찮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한다. 특사로 다녀온 의원들은 “상대국의 최고위층과 만나 깊숙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도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친 뒤 특사 의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번을 계기로 의회에서도 한·아세안 관계를 더 발전시켜 달라. 나도 앞으로 의원 외교 역량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챙기는 청와대=청와대는 세심하게 인선한다. 대개 당직자 등 ‘고생한 사람’ 위주로 선발한다고 한다. 의원 외교 차원에서 해당국과 인연이 깊은 의원도 배려한다. 조원진 의원이 그런 경우다. 그는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총리 시절일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몽골 쪽에서 먼저 청와대에 “특사로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결과물도 챙긴다. 보고서를 받아보는 건 기본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대면 보고를 받을 때도 있다. 해당국 인사와 만날 때 특사 의원을 배석시키기도 한다.

특사활동이 의정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홍준표 의원은 “정부와 당에 아프리카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세안 특사들은 한·아세안포럼을 꾸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아세안 주요 정치인을 초청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특사 달까 말까’=이상득 의원은 막판까지 ‘특사’ 자격으로 갈지 고심했다고 한다. 2선 후퇴를 공언한 입장에서 공연히 논란에 휩싸일까 해서다. 하지만 상대국에서 “특사로 와야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한편 여권에선 특사 못지않은 게 대통령 특별수행원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이 대통령의 남미 순방 때 동행한 안상수 의원이 지금 원내대표다. 그때 청와대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올 미국 방문길에 동행한 정몽준·안경률 의원은 이 대통령과 각각 한 시간여 독대했다. 

고정애·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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