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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쉼터 정자]10.끝 안동 고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경북 안동은 '선비의 고장' 이다.

당연히 고을마다 정자가 있게 마련이다.

김복영 ( '안동사랑방' 발행인) 씨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누각과 정자를 합한 수가 2백23개에 이른다.

'고산정 (孤山亭)' 은 이들 정자와 누각 중에서 단연 첫손에 꼽히는 '문화유산' 이라고 김씨는 강조한다.

고산정은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청량산도립공원 입구에 있다.

먼저 말해두지만 고산정은 퇴계 이황선생이 즐겨 찾아가던 정자다.

그런 연유로 고산정을 찾는 길은 곧 퇴계선생의 족적을 더듬는 길이기도 하다.

안동하면 도산서원이고 도산서원은 곧 퇴계선생을 뜻한다.

시내에서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승용차편도 잇따라 나타나는 안내판만 따라가면 된다.

안동호가 빚어내는 산과 물의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 도산서원이 자리한다.

안동댐이 웬만한 유적은 모두 물속에 감추었지만 도산서원만은 차마 범하지 못했다.

도산서원을 참배하고 나와 고개 하나를 넘으면 도산면 온혜리다.

이곳에서 퇴계선생의 생가를 둘러보고 다시 국도 35호선을 따라가면 가송협 (佳松峽) 을 만난다.

협이란 협곡을 말한다.

중국 양자강의 삼협이나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대협곡과는 그 규모에 있어 차이가 나지만, 우리나라에도 협곡이 있다.

가송협은 청량산이 낙동강과 만나면서 이뤄낸 그야말로 '한국형' 협곡이다.

가송협에 취해 곧장 달려가면 청량산도립공원에 이른다.

고산정을 목표로 한 경우에는 가송협이 시작되는 곳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도 좌측으로 '청량산도립공원' 이란 간판이 서 있고 우측에 '가송' 이란 마을 표지판이 있다.

마을 표지판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야 한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송협과 낙동강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화폭이 끝나는 곳, 강 건너 북쪽 절벽 아래 고산정이 있다.

고산정은 퇴계선생의 제자인 성성재 금난수 (琴蘭秀)가 1564년에 건립했다.

처음에는 '일동정사' 라 했지만 뒷산 이름을 따 고산정이라 고쳐 불렀다.

퇴계선생은 도산에서 이곳까지 제자를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아마 지금의 기자와 같은 심정으로 강가에 서서 고산정을 바라보며 이렇게 읊지 않았나 싶다.

"일동의 주인 금씨란 이가/지금 있나 강 건너로 물어보았더니만/농부는 손 저으면 내 말 못들은 듯/구름 걸린 산 바라보며 혼자 앉아 오래 기다렸네" 강가엔 배가 없다.

어떻게 건너랴. 다행히 강 아래로 잠수교가 보인다.

그 다리를 건너 고산정에 오른다.

정면 3칸, 측면 2칸인 고산정은 대청 마루와 2개의 온돌방을 갖추었다.

지난 여름 누군가 이용한 듯, 아궁이에는 불 지핀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국도변에 안내표지판이 없는 까닭을 말해주듯, 정자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길손의 마음 역시 한없이 무겁다.

글.사진 = 최영주 편집위원

[여행쪽지]

◇ 볼거리 : 안동은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안동댐을 축으로 다양한 문화 관광상품을 지니고 있다.

도산서원 주변에는 광산김씨 예안파 소유 문화재를 집단 이건한 오천유적지와 도산온천, 청량산이 기다리고 하회마을에는 서애 류성룡의 유적이 온전히 보전돼 있다.

안동댐에 이르는 시내에는 임청각을 비롯한 태사묘, 안동민속박물관 등 풍성한 문화유적이 숨쉰다.

관광안내 (0571) 851 - 6397

◇ 먹거리 : 안동소주와 안동사과가 특산물. 은은한 향취와 감칠맛이 뛰어난 증류식 소주인 안동소주는 도산서원가는 길에 있는 안동소주홍보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 교통편 : 열차.비행기 (예천비행장 이용).버스편 모두 전국 어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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