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영월 동강 강변마을 애환담아 100여리 유유히

가을 강변의 화두 (話頭) 는 '성숙' 이다.

여름철 키를 높였던 수면이 낮아지고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치장한 가을 강변. 오랜 방황끝에 집으로 돌아와 거울앞에 다소곳이 선 여인처럼 차분한 모습으로 한해를 마감할 준비를 한다.

동강 (東江) .정선 '조양강' 과 '동남천' 이 합쳐지는 수미마을 (정선군정선읍가수리)에서 시작해 영월까지 51㎞ 계곡을 굽이 굽이 돌아나오는 영월의 강이다.

강변마을의 사연을 싣고 오늘도 쉼없이 흐르는 동강은 '삶과 죽음' 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동강하류에 영월댐이 건설되는 날 골골이 묻어나는 옛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다시는 못볼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기 때문이다.

오전9시 동강 중류에 있는 제장나루 (정선군신동읍덕천리) .구명조끼에 패들 (보트를 젓는 도구) 을 챙겨든 사람들이 하나 둘 강변에 모습을 드러낸다.

"라인강에만 로렐라이가 있는 게 아니지요. 수많은 여울을 품은 동강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로렐라이가 있어요. " 독일에서 공부한 정선아리랑학교 진용선 (37) 교장은 동강엔 뗏꾼.아라리등 '삶의 퇴적물' 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제장나루를 출발한지 30여분. 물이 얌전한 탓인지 힘껏 패들을 저어보지만 보트는 거북이 걸음을 한다.

위안이 되는 것은 기암절벽의 멋들어진 가을 풍광. 붉은 담쟁이와 초본식물의 일종인 노란 '돌단풍' 이 석회암지대의 한 귀퉁이에서 가을이 왔음을 속삭인다.

이같은 감상도 잠시. 소사마을 (정선군신동읍덕천리) 이 보이자 "조심하세요. " 가이드의 다급한 목소리가 보트에 탄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강 양쪽으로 시커먼 와이어가 놓여 있다.

강 양쪽의 주민들이 거룻배를 타고 와이어를 잡아당기면서 강을 건넌다.

"와이어는 쪽빛 물색과 엇비슷해 조심하지 않으면 혼납니다.

최근 머리가 와이어에 걸려 낭패를 본 사람도 있어요. "

레저전문업체인 우주레저 장석홍 실장은 얌전한 동강도 종종 심술을 부린다고 설명한다.

가정마을 부근의 힘찬 여울을 헤치며 문희마을로 향하는 도중 '장광 (자갈밭이나 초지등 넓은 공간)' 이 군데 군데 나타난다.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더할 나위없이 평화롭다.

백룡동굴을 지나니 문희마을 (영월군영월읍문산리) .자갈밭쪽엔 마을사람들이 나와 나그네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문희마을은 어름치에 다슬기까지 물속 구경이 볼만합니다.

밤하늘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어요. 서울에서 못보는 별들을 두눈에 가득 담아가세요. " 주민들의 설명이다.

하류쪽으로 내려가니 물살이 급하기로 소문난 '황새여울' .황새여울은 '된꼬까리' 와 더불어 동강의 뗏꾼들에겐 숙명의 장소였다.

오죽하면 "우리집의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다녀가셨나/아리랑 아리랑…" 이 나왔을까. 그러나 지금은 물이 줄어 생각외로 물살이 급하지 않다.

차분함으로 충만한 동강. 가을 동강에서는 세찬 물살을 헤치는 래프팅과 같은 격렬함이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가에서 가족과 함께 동강의 전설을 추수하거나 회양목.돌단풍등 자연의 풋풋함으로 회색 도시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는 게 좋다.

정선.영월 = 송명석 기자

동강 보트여행코스는 고성리 (정선군신동읍)~거운리 (영월군영월읍) 까지의 37㎞ 구간. 시간과 목적에 따라 코스를 완주하거나 일부 구간만 보트여행을 즐길 수 있다.

동강 보트여행상품은 서울출발.현지 상품 두가지.

서울에서 출발하는 여행상품은 1인당 5만5천~8만6천원 (1박2일) 으로 다양하다.

우주레저는 보광휘닉스파크에서 하루를 묵고 제장나루~진탄나루구간을 보트 (8인승) 로 돌아본다.

고려인은 3인승 카누로 속도감을 높여 동강을 여행한다.

한편 현지에 있는 정선아리랑학교 (정선군신동읍) 는 체계적으로 아리랑을 배우고 납운돌~거운리 구간을 보트로 내려가는 가을캠프를 연다.

현지에서 보트만 빌려 동강을 여행할 수도 있다.

고성리버관광의 경우 가이드 없이 보트만 빌리면 한척에 15만원,가이드가 동반하면 20만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