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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손맛으로 빚은 술떡 세계화 나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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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캐나다엔 지난해 9월에 시작해 벌써 세 차례나 우리 물건이 나갔어요. 현지 마트에 가 봤더니, 동포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한두 팩씩 사 가더라고요. 중국 상하이에 간 우리 떡도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일본은 쌀 제품에 대한 관세가 워낙 많아, 기술과 브랜드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안을 바이어와 논의 중입니다.”

전남 화순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구경숙씨가 어머니 이재덕씨, 딸 이시행씨(왼쪽부터)와 함께 기정떡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화순군 남면 사평에 있는 ㈜사평기정떡의 구경숙(51)씨가 소개하는 전통식품 기정떡의 국제화 성과다. 구씨는 멥쌀가루를 막걸리 등으로 반죽해 발효한 다음 쪄서 내는 기정떡(일명 술떡)을 미국·호주·필리핀 등에 수출하고 있다. 그는 농산물 수출 활성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수산무역대학 제7기 졸업식에서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았다.

기정떡은 만들기가 까다롭다. 해외 동포 떡집에서 직접 만들기가 쉽지 않아 한국에서 냉동 완제품을 가져다 쪄서 판매한다.“냉동 컨테이너를 이용하는 바람에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 이익은 적지만, 우리 전통식품을 세계에 알린다는 차원에서 수출하는 거죠.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워 빵과 가장 비슷한 떡으로 평가받고 있어 서양인들에게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봅니다.”

구씨는 떡에 대해 일가견을 내놓을 만한 장인이다. 화순군청에서 자동차로 20분가량 더 가는 사평 마을에 자리 잡은 그의 떡집에선 지난 한 해 20kg짜리 떡쌀을 약 1만 포대(200t, 80㎏ 기준 2500가마)나 소비했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거치면서 모계로 3대에 걸쳐 기정떡만 만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어머니의 일을 도우며 배웠지만 32살 때 직접 뛰어들어보니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실패를 많이 했어요. 반죽 배합에 문제가 있어 부풀어 오르지 않는가 하면 다 쪄 솥 뚜껑을 열면 개떡처럼 딱딱하게 나와 팔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불을 어떻게 때느냐에 따라 떡의 맛과 감촉이 큰 차가 나거든요.”

그는 외할머니 때부터 전래한 발효 비법과 스스로 개발한 노하우를 합쳐 우선 막걸리 맛이 강하게 났던 단점을 줄였다. 또 떡 조각마다 서로 붙지 않게 비닐을 대고 상호와 전화번호를 인쇄했다. 최근에는 한 조각씩 밀봉한 뒤 15조각을 포장한 상품을 선보였다. 밀봉 덕분에 실온 유통기한이 이틀에서 닷새로 늘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단위 크기를 더 줄이는 한편 천연 재료를 이용해 색도 넣는 등 모양과 색상 등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신세대 취향에 맞는 고급 제품도 내놓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구씨는 “여러 차례 광주 등 도시로 이전하는 유혹을 받았으나 단골들이 멀리서 찾아와 떡을 사가며 키워 준 곳을 뜰 수 없었다”며 “인터넷·전화과 교통이 발달한 데다 택배시스템이 잘 갖춰져, 시골서도 전국을 상대로 판매하는 데 지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2남1녀들 둔 구씨는 일이 워낙 고되어 자식들에겐 대물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체계화된 기업 형태로 가기 위해선 젊은 일손이 필요해 자녀도 참여시키기로 했으며, 2007년 11월에는 농업회사법인으로 경영형태를 바꿨다.

구씨는 국내 떡 시장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쌀을 원료로 쓰는 떡은 소화가 잘 되고 살이 별로 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사람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떡의 경쟁력이 그만큼 커진다고 믿습니다.”

그는 “빵과 가장 가까이 있는 대체 식품이 떡”이라며 “제빵·제과 시장의 10% 규모만 새로 개척해도 떡 시장의 규모가 현재의 갑절 이상으로 팽창한다”고 말했다.

화순=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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