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기아입찰…빚탕감 요구액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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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추석연휴를 지내자 완연한 가을이다.

지난 8월의 수해와 얼마 전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올 벼농사가 그런대로 평년작 이상은 가능할 것이란 게 농정당국의 전망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에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또 하나, 외부여건이 여전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 방향만큼은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한다.

우선 미국은 지난달 말 소폭의 금리인하를 실시한 데 이어 추가 인하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재정구조개선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일본은 금융개혁과 경기부양 우선으로 정책방향을 급선회하면서 대규모 재정투입을 공언하고 나섰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보탬이 된다.

하나는 미.일 양국의 수요 확대에 따른 시장 창출이고, 다른 하나는 엔화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이라는 반사적 이익이다.

정부의 노력 - 아직은 쭈뼛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 에도 불구하고 내수 진작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 몇달째 하강커브를 그리고 있는 수출을 끌어올리는 것이 앞으로 우리 경제의 회생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있어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두 가지는 소망스러운 변화다.

게다가 이는 외국자본의 유입과, 중국 위안 (元) 화를 비롯한 동남아 통화가치의 추가하락을 막는 문제와도 연결돼 있는 것이어서 기대가 한층 더하다.

최근 1달러 = 1백15엔선까지 올라간 엔화강세는 단기적으로 피크에 와있는 느낌이 짙다.

그러나 미국이 엔화강세를 '좋은 일' 로 평가하고 있고 일본 또한 '괜찮은 가치조정' 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적어도 1달러 = 1백50엔선을 위협했던 두달 전과 같은 엔화급락 국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12일로 예정된 기아차 3차 입찰 마감이 관심거리다.

두 차례에 걸친 입찰이 무산되면서 이번에는 채권은행단이 부채탕감액을 사전에 제시하는 대신 입찰참여 업체들에 대해 원하는 탕감액수 및 방법을 적어내 요구액이 적은 곳에 우선권을 주기로 한 만큼 낙찰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다만 2차입찰에서 발을 뺐던 포드가 참여할 가능성이 커 경쟁구도는 다소 복잡해질 전망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주초로 예정돼 있는 농가부채 경감방안 확정이다.

IMF체제로 접어든 이후 영농비 증가와 판매부진으로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급작스런 여건변화로 불가피하게 겪고 있는 어려움의 일부를 덜어준다는 데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부채경감은 자칫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우려가 크고, 도시영세민.자영업주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란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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