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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 ‘미녀자객’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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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이달 30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여당 거물 후보들의 지역구에 ‘미녀 자객’들을 공천하고 있다. 총선을 물밑 지휘하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 대행의 작품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우정개혁에 반대해 자민당을 탈당한 의원들의 대항마로 연고나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들을 대거 공천해 승리로 이끈 2005년 총선을 연상시킨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낙하산 공천이어서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30~40대와 주부 등 무당파층을 대거 끌어들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구는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공명당 대표가 출마하는 도쿄 12구. 오타와 맞서는 민주당의 아오키 아이(靑木愛·43) 참의원 의원은 아나운서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다. 오자와는 직접 오타와 맞붙어 선거 돌풍을 주도할 생각이었으나 자신의 비서가 불법 선거자금에 연루된 사건 때문에 신선한 인물 공천으로 전략을 바꿨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출마하는 군마(群馬) 4구에는 후지TV 기자 출신의 정치 신인 미야케 유키코(三宅雪子·44)가 공천됐다. 오자와는 지난달 27일 군마현 다카사키(高崎)시에서 “군마가 자민당 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자민당 지지 기반이 강할수록 현 정권에 불만·불신이 많은 만큼 미야케가 승리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야케는 1950년대 관방장관과 노동상을 지낸 이시다 히로히데(石田博英)의 손녀이며, 정치부 기자로 일해왔다.

전 국토교통상을 지낸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후보의 지역구인 교토(京都) 5구에서는 미인대회 출신의 전직 자위관 고하라 마이(小原舞·35)가 도전한다. 26년간 지역 의원을 지낸 관록이 무기인 다나가키와 맞서는 고하라는 하루 30여 곳의 지역을 돌며 가두연설을 벌이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출마하는 이시카와(石川) 2구에 도전하는 다나카 미에코(田中美繪子·33)는 여행사 계약직원을 거쳐 의원 사무실 비서로 일하다 발탁됐다. 규마 후미오(久間章生·나가사키 2구) 전 방위상의 상대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후쿠다 에리코(福田衣里子·29)다. 후쿠다는 혈액제를 통한 대규모 간염 문제로 자민당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명해졌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전 관방장관이 출마하는 에히메(愛媛) 1구에는 지난해까지 지역 방송사에서 일한 아나운서 출신의 나가에 다카코(永江孝子·49) 후보가 기다리고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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