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최고 인기작가 '아인 랜드'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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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 7월 미국 굴지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산하 조직인 모던 라이브러리는 20세기 영어권 소설 '베스트 100' 을 발표했다.

그런데 같은 모던 라이브러리가 지난달 말까지 일반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스트 100에는 이름도 거론되지 않은 아인 랜드라는 여류작가가 1위에서 4위까지 휩쓸었다.

랜드의 '지구를 짊어지기를 거부한 아틀라스신 (Atlas Shrugged)' 이 1위를, 역시 그녀의 소설 '수원 (水源.TheFountainhead)' '우리 존재들 (We the Living)' '송가 (頌歌.Anthem)' 가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아인 랜드는 어떤 인물인가.

국내에서는 아직 그녀의 작품이 소개되지 않았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생소한 이름으로 남아 있다.

지난 82년 세상을 떠난 아인 랜드는 작가로서보다는 철학자로 더 유명하다.

독자들이 그녀의 작품에 매료되는 것도 바로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철학때문이다.

그녀의 철학은 한마디로 '객관주의 (Objectivism)' 로 요약된다.

인간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녀의 철학에서는 추상적인 이념이나 도덕보다는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이 현실을 움직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마음가는대로 따른 탓일까. 그녀의 사생활은 꽤 복잡하다.

연하의 유부남인 나다니엘 브랜던과 15년동안이나 혼외정사를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도 남편인 프랭크 오코너와 브랜던의 부인인 바버러로부터 '동의' 를 구했다고 하니 동양적 기준으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애정행각을 소재로 현재 미국에서 그녀의 일대기가 영화로 제작되고 있어 올해 말에는 한차례 '랜드열풍' 이 불 전망이다.

이 영화도 그녀의 연인이었던 브랜던의 부인이 랜드의 일생을 꼼꼼하게 적은 '아인 랜드의 열정' 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서 흥미롭다.

1905년 러시아의 세인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출생한 아인 랜드는 1917년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러시아혁명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전체주의와의 투쟁을 결심한다.

개인의 창의성을 말살하는 전체주의를 버리고 21세에 미국으로 건너온 랜드는 곧바로 영화대본을 쓰겠다는 야심을 품고 할리우드를 파고 든다.

1936년 러시아 혁명때의 공포를 소재로 한 '우리 존재들' 이라는 첫작품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녀의 출세작인 '수원' 도 출판사로부터 10여차례 퇴짜를 맞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4백만부나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인이 가장 감명깊게 읽은 소설로 꼽은 '지구를 짊어지기를 거부한 아틀라스신' 은 기업가와 발명가들이 지적활동을 저해하는 사회체제에 반기를 들고 록키산맥 오지 (奧地) 로 숨어 '지적파업' 을 벌이자 이 세상이 망하고 만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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