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주 전북지사 “대통령님께 큰절 올립니다” MB에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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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인 김완주(사진) 전라북도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A4용지 3장 반 분량의 편지는 김 지사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 찾아와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31일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제목의 편지는 “존경하는 대통령님! 오늘 저와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절 올립니다”는 말로 시작됐다. ‘오늘’이란 표현은 정부가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을 확정 발표한 23일 편지를 작성했음을 보여준다.

김 지사는 “이번에 발표한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안을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었습니다”며 “대통령님과 새만금위원회 위원님들께 대한 감사함이 우러났습니다”고 찬사를 보냈다. 편지 중엔 ‘감사합니다’는 표현이 7차례 나왔다. “대통령님! 정말 감사합니다. 새만금 사업의 가치와 역할을 올바르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새만금 개발의 방향성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등의 문장을 통해서였다.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의 훈풍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루한 장맛비도 한여름 뙤약볕도 저희들에게는 축복처럼 여겨집니다”는 표현도 있었다.

전라북도 행정공무원 출신인 김 지사는 민주당 공천을 받아 2002년 전주시장에 이어 2006년 전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과 가까웠던 그는 새만금 개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이 대통령과 잦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2007년 9월 새만금을 찾았을 땐 “한나라당 때문에 특별법 통과가 안 됐다”(김 지사), “말조심하라”(이 후보)는 격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지사의 편지를 청와대가 공개한 건 김 지사의 반응을 민주당의 강세지역인 전북의 민심이 현 정부에 호의적으로 바뀌고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이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중앙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도를 넘은 칭찬으로 MB 정권에 맞서 전면전을 벌이는 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해당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편지 내용은 민주당이 미디어법 직권상정의 책임을 비판하기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떠나기 직전 지도부에 보고됐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공식적인 논평이나 반응은 나오진 않았다. 정세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북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고만 했다. 한 전북 출신 의원은 “김 지사를 탓하다 전북의 숙원사업인 새만금 사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장이 일자 김 지사도 해명에 나섰다. 그는 “행정적인 지원에 고맙다고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 전북도 입장에서 서운한 정책이나 미진한 사업이 있다면 이에 대한 의견 표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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