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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처리장 재추진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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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산업자원부가 30일 발표한 '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 은 지난 88년 국내에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건설키로 첫 결정한 이후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오다 10년 만에 이를 다시 추진키로 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정부가 그동안 90년 안면도 주민 반대시위, 95년 굴업도의 활성단층 발견 등으로 번번이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백지화해왔으나 이제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는 절박한 현실에 부딪쳤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14개 원전에서 발생한 각종 핵폐기물이 5만드럼 (한 드럼은 2백ℓ)에 달해 2010년대 중반이 지나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또 사용후 핵연료도 현재 3천3백65t에 달해 2006년 이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데다 2015년까지 1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추가건설할 계획이어서 각종 핵폐기물 처리문제는 심각한 국가 문제로까지 지적돼왔다.

지금까지 정부의 핵폐기물 정책은 '화장실을 하나도 짓지 않은 상태' 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발전소 부지 지하 등에 각종 폐기물을 보관.저장하는 등 소극적이고 임시대응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왔다.

그러나 이번에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건설키로 확정함에 따라 원자력 정책의 핵심이 이제 바야흐로 원전 건설에서 핵폐기물 관리로 본격적으로 옮겨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제외한 것은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대한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핵폐기물의 평화적 이용을 고려해봐야 할 때' 라는 지적도 없지 않아 향후 정책의 향배가 주목된다.

최근 원전 건설을 둘러싼 현지 주민들의 거센 반대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과연 어디에다 이 시설을 짓느냐 하는 문제가 앞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시설 후보지 조건으로 지하에 암반지반이 있고 해안선에 인접한 지역 등을 들고 있으며 폐광 등을 활용하는 방안은 지하수 유입 등의 문제가 지적돼 고려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진 등의 우려가 있는 활성단층인 추가령.양산단층 지역을 제외할 경우 동해 북부.서해 남서부 지역 등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아 입지선정이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지원금을 늘렸다고는 해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선뜻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겠다고 나설 지자체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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