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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파업 막판 협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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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은행측과 금융노련간에 심야협상이 재개되면서 '파업' 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금융계에 일고 있다.

28일 정부가 일단 한발짝 물러선 입장을 보였고, 노사정위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병력 철수문제로 진통을 겪던 양측의 협상은 28일 오후 11시쯤 가닥을 잡기 시작해 '파업 유보' 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중재에 나선 박인상 (朴仁相)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조측이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파업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며 "협상이 결렬 또는 타결되기 전까지는 파업에 들어가지 않을 것" 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로 평행선을 달리던 노사가 다시 모여 원점에서 협상을 벌이게 된 것은 지난주말 금융감독위원회가 강경방침에서 선회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위는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계속 원칙을 고수하면서 노조측에 대해 강경대응을 공언해 왔다.

그동안 핵심사항은 노조가 요구한 일방적인 감원계획 철회 및 1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위로금 보장이었다.

금감위는 선진국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원감축은 불가피하고 퇴직위로금도 과다지급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었다.이 때만 해도 양측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면서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어보였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파업에 대비한 비상영업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했다.

정부도 은행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주동자를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다 주말에 접어들면서 금감위가 융통성을 보이기 시작, 상황이 바뀌게 됐다.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26일 한국노총의 박인상 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9개 은행장을 소집해 자율협상을 지시했다.

이때 李위원장은 노사간 자율로 협상을 타결시키라고 지시하고 그 결과 기존의 인원감축계획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면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노조측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겠다는 뜻이었다.

협상재개에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특별회견도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이 "경기진작을 위해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고 나선 이상 노조도 대화를 거부하고 무작정 파업으로 들어가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됐다는 관측이다.

금감위도 은행별 타협결과를 가급적 존중해 주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선진국 은행 수준의 생산성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노조측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감원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더라도 인원감축폭이 당초 계획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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