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워치] 너무 뜨겁다지만 … 중국 증시 이유 있는 상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반환점 돈 비(非)유통주 개혁=지난해 중국 주가를 억누른 가장 큰 요인은 비유통주 문제였다. 주식 유통구조 개혁(주식 개혁)에 따라 비유통주에서 유통주로 전환된 물량이 대거 시장에 풀리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투자자들은 ‘비유통주쯤이야’라며 코웃음을 친다. 비유통주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까지 비유통주에서 유통주로 전환된 주식은 전체 예정 물량의 절반이 넘는 약 4000억 주. 이에 따라 전체 상장주식 중 유통주의 비율은 50.8%로 높아졌다. 특히 상장사의 절반에 해당하는 874개 업체 주식이 시장에서 완전 유통된다. 비유통주 개혁이 반환점을 돈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풀릴 물량 대부분은 대주주 보유분으로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팀장은 “2005년 하반기 시작된 주식 개혁은 2012년 끝난다”며 “그때쯤이면 상하이증시도 뉴욕·런던 등 서방 증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유통 구조를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투자의 다양화=체질 개선의 또 다른 측면은 투자 주체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증시 투자의 80% 이상은 개인투자자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금 개인투자자 비중은 45%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머지 55%는 자산운용사·증권사·보험·은행 등의 기관투자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에 설립된 자산운용사는 61개. 이들이 운용하는 각종 펀드는 600개에 이른다. 이 중 절반이 외국 금융사와 합작으로 운영된다. 사모펀드 규모도 크게 확대해 현재 약 6000억 위안(약 111조원)에 이른다. 물론 선진 시장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연평균 30% 안팎씩 급성장하고 있다. 증시 개방의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대륙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QFII(적격 외국 기관투자가) 기관은 85개. 이들은 지난 3월 말 현재 166개 종목에 264억 위안(약 4조884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은 현재 128억 달러인 QFII 투자한도를 300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 투명성 증대=상하이증시는 그동안 ‘거대한 도박장’이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부패가 심했다. 허위 공시, 내부자 거래 등 사기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증권 당국이 이를 퇴치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증감위는 최근 부정공시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기업공개(IPO) 투명화를 위한 심사위원 위촉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상하이의 시장분석가인 루원슈(陸文秀)는 “상장사나 투자자들의 모럴해저드가 중국 증시 선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일시적 단속보다는 제도적 차원의 부패 근절 대책이 다각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투명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증시는 설립된 지 이제 18년으로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서방의 잣대로 보면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러나 상하이·선전 증시의 체질이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같은 내부 요인이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우덕 기자

◆주식 개혁(股改)=2005년 하반기 시작된 상장주식의 유통체제 개혁. 국가(기업)가 보유한 비유통주를 시장에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유통주로의 전환)하는 한편 기존의 유통주 주주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줬다. 이 계획에 따라 지금도 비유통주가 유통주로 전환되고 있으며 유통주로 전환된 일부 주식이 실제로 시장에 매각되고 있다. 이 작업은 비유통주가 모두 유통주로 전환되는 2012년 끝난다.


“글로벌 증시에도 G2시대 오고 있다”
선전증시엔 곧 차스닥 들어서

“앞으로 3년 내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메니지먼트 회장은 지난 1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증시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증시(상하이·선전시장)의 시가총액 규모는 약 3조4553억 달러(28일 종가 기준)로 일본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11조6975억 달러)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외연 확대 추세로 볼 때 뉴욕 증시 추월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분석한다. 상하이·선전시장의 기업공개 (IPO)를 늘리고, 주변 시장을 키운다는 게 중국 정부의 뜻이기 때문이다. 선전 증시에 곧 설립될 벤처기업 중심의 차스닥(중국명 創業板)이 대표적 예다. 증권 당국은 10월 말 개장을 목표로 이미 상장사 선정에 들어갔다. 현재 중국에는 상장 자격을 갖췄거나 준비 중인 기업만 약 600개에 이른다.

또 상하이 증시엔 외국 기업만을 따로 상장시키는 국제기업시장(國際板) 개설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이 대상이다. 금융 당국은 늦어도 2011년에는 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코카콜라·GM·HSBC 등 글로벌기업은 이미 중국 투자회사를 묶어 관리하게 될 홀딩컴퍼니를 만드는 등 ‘국제판’ 개설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도 G2(미국·중국)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