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그룹 H.O.T 1년만에 3집 자작앨범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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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96년과 97년 최고의 인기를 누린 댄스그룹 H.O.T의 특징은 앨범 발매와 함께 첫 번째로 띄우는 '타이틀곡' 과 한달쯤 뒤 두번째로 내놓는 '세컨드 타이틀곡' 이 구별된다는 것이다.

(댄스가수들은 음반이 나오면 보통 석달을 흥행기간으로 잡고, 한달마다 타이틀곡을 교체해 나간다) 첫번째 타이틀곡은 곡의 메시지나 음악성에 촛점을 둔 '화제용' 이다.

(학원폭력을 다룬 '전사의 후예' '늑대와 양' ) 반면 두번째로 미는 곡부터는 대중성이 두드러진 '흥행용' 이다.

( '캔디' '행복' ) H.O.T의 인기비결은 이외에도 많겠지만, 화제와 흥행에 고루 무게를 싣는 전략은 대중음악의 유통방식을 정확히 간파한 것으로 제작자의 능란한 감각을 보여준다.

1년여만에 내는 3집에서도 그런 감각은 여전한 것 같다.

차이가 있다면 '멤버들의 첫 자작 음반' 이라는 카피가 추가돼 흥행용 곡에도 화제성이 오버랩된다는 점이다.

첫 타이틀곡 '열맞춰 (Line Up!)' 는 H.O.T의 히트곡을 도맡아 작곡했으며 그룹의 음악감독을 겸한 유영진이 지은 곡.

'젓가락 행진곡' 을 원용한 도입부, 힙합과 LA메탈의 접목등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을 강조한 점에서 '화제용' 곡의 성격이 짙다.

팝적인 메탈기타 연주에 갱스터랩을 얹은 방식은 서태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5명이 빠르게 농구공을 주고받듯 돌아가는 가창형태는 H.O.T 특유의 매력을 낸다.

두번째 타이틀곡으로 예정된 '빛' 은 흥행용 성격이 짙지만 그룹의 리더 강타의 첫 자작곡이라는 화제성도 겹쳐있다.

작곡 초년병의 데뷔작으로는 그럴듯한 대중가요다.

각운이 딱딱 끊어지는 랩은 많이 듣던 방식이지만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가 대중성이 높다.

강타가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까지 했다는 점 자체가 상당한 흥행 포인트가 되줄 것 같다.

"다함께 손을 잡아요/그리고 하늘을 봐요/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식의 가사는 10대의 우상이라는 '대항권력자' 의 노래치고는 매우 '건전' 하며 그런 느낌은 배경에 인용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8소절 때문에 배가된다.

다만 1.2집의 히트곡들과 형식상의 차별성은 별로 없어 다음 음반에서 강타는 유영진을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문희준.토니안.이재원.장우혁등 다른 멤버들의 곡도 그 점은 비슷하다.

H.O.T 3집에 혁신적인 음악적 도약은 없다.

그러나 98년 가요계가 축적해놓은 음악적.흥행적 요소는 대부분 담겼다.

대중의 욕구를 반 발자국 앞서서 내놓는 감각만큼은 알아줄만 하다.

가요계에서는 도매상에 1차로 풀린 음반판매량을 37만장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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